'그레이트 게임' 주인공은 모험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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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亞 둘러싼 영-러 대결 '그레이트 게임' 출간
최근 러시아와 그루지야 간의 전쟁 상황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 간의 신냉전 시대 개막을 알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중앙아시아에 대한 강대국들의 관심은 그다지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이미 중앙아시아는 19세기부터 러시아와 영국이 자신들의 지도 속에 포함하기 위해 각축한 '그레이트 게임'의 현장이었다.

20년간 '더 타임스'의 중동ㆍ극동 아시아 전문 기자로 일했던 피터 홉커크는 '그레이트 게임'(사계절 펴냄)에서 이 치열했던 게임에 직접 뛰어들었던 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약 100년에 걸친 그레이트 게임의 양상을 한 편의 첩보소설처럼 그려나간다.

그레이트 게임이 처음부터 양국의 전면전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그레이트 게임을 시작한 것은 중앙아시아의 광대한 지역을 누볐던 젊은 장교와 주재관, 탐험가, 측량사들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경쟁하는 두 제국 사이에 놓인 거대한 무인 지대를 러시아가 잠식하는 흔적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확인하려고 눈을 크게 떴다. 그들이 알아낸 사실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그들의 상관에게 전달되었고 그것은 다시 그 위의 상관들에게 전달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레이트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166~167쪽)
책에는 각자 자국의 이익을 위해 그레이트 게임에 참여했던 영국인과 러시아인 300여명의 이름이 등장한다. 영국의 대표로는 1810년 봄베이 원주민 제5보병대 소속의 장교였던 찰스 크리스티 대위와 헨리 포팅어 중위가 나섰다.

이들은 말장수와 순례자로 변장하고 아프간 수천 km를 돌아다니며 침략군에게 가치 있는 모든 정보들을 수집, 기록했다. 우물과 강, 농작물과 그 밖의 식물들은 물론 강우와 기후를 기록했고 최고의 방어 위치와 길 주변의 요새화 수준도 기록했다. 특히 포팅어는 개략적인 지도에 자신이 가는 길도 몰래 그려놓았는데 이는 후에 서쪽으로부터 인도에 접근하는 최초의 군사지도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크리스티와 포팅어로부터 시작된 모험가의 계보는 거의 100년 뒤인 1904년 그레이트 게임의 마지막 주요 사건인 '라싸 원정'에 참여했던 프랜시스 영허즈번드 중위까지 이어진다.

러시아쪽에서는 무라비요프와 빗케비치, 그롬쳅스키, 바드마예프 같은 이름이 등장한다. 1819년 그루지야의 수도 티플리스에서 스물 네 살의 미하일 니콜라예비치 무라비요프 대위는 투르크멘 부족민으로 변장을 하고 동쪽으로 1천300km 이상 떨어진 히바로 향했고 그는 예르몰로프 장군의 친교 메시지를 히바의 통치자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냈다.

그롬쳅스키 대위는 1889년 코사크 호위대와 함께 외딴 왕국 훈자에 들어가는 모험을 했다. 그는 통치자로부터 환대를 받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흥미 있는 제안 몇 가지를 들고 이듬해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움직임은 국경에 주둔하고 있던 영국군 장교들에게 오랫동안 두려워하던 러시아의 침투가 시작된 것이라는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특히 자국의 공격부대가 갈 길에 있는 작은 북방국가들의 통치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수립하려는 그롬쳅스키 같은 장교들에게 불안함을 느꼈고 이런 분위기는 후에 '그레이트 게임'이란 용어를 널리 알린 계기가 된 러디어드 키플링의 첩보소설 '킴'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저자는 "가능한 한 역사적인 힘이나 지정학보다는 이 커다란 제국주의적 갈등에 참여한 양쪽의 개인들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해보려 했다"며 "가능한 한 중립을 유지하면서 영국인과 러시아인의 활동을 묘사해 사람들의 행동이 스스로 변명하게 하고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려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역자 정영목 씨는 역자 후기를 통해 "이 책은 어떤 면에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남의 땅을 침범한 제국주의의 첨병 역할을 한 모험가들의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으며 저자는 이런 면을 특별히 옹호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비판하지도 않는 것 같다"며 "다만 객관적으로 서술을 하는 듯 하다가도,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이 오면 자기도 모르게 당시의 영국인과 분명하게 동일시를 한다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692쪽. 2만9천500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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