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는 연인의 입맞춤 같은 접(接)의 예술"
"서예는 연인의 입맞춤 같은 접(接)의 예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동강 조수호 선생, 30일부터 제주현대미술관 초대전
▲ 한국서단의 대가 동강 조수호 선생이 25일 저녁 한경면 저지리 제주현대미술관 야외 잔디밭 공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예에 관한 철학을 밝히고 있다. 제주현대미술관은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오는 30일부터 12월 31일까지 동강 선생의 서예전을 마련한다.

서예를, 동강 조수호 선생(84)은, 접(接)의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서예란 만남의 예술로, 마치 연인이 서로 입맞춤하듯 붓, 종이, 먹 등의 접목을 이루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동강이 25일 저녁 제주현대미술관 야외잔디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예를 논했다. 미술관이 개관1주년 기념특별전으로 30일부터 ‘세계서단의 거장 동강 초대전’을 열기 앞서서다.

전시의 주제는 ‘전통과 창신-묵조(墨調)의 세계’. 묵조는 그가 서예인생 60년 내공을 집약해 도전중인 실험적인 작업으로 문자를 점과 획으로 해체한 후 필묵의 조형미학을 추구한다.

본래 동강의 서예가 우직하리만치 정통에 충실했고 특히 압권인 행서는 구름이 날고 물이 흐른다고 비운유수(飛雲流水)의 동강체로 불렸다. 하여, 묵조는 전통위에 구축 중인 창신이다.

“음악가락을 악조라고 한다면 필묵가락은 묵조입니다. 음의 고저장단과 리듬의 조화에 의해 작곡이 이뤄지듯 종이, 먹, 물, 작가정신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묵조가 탄생합니다. 먹빛 하나만 갖고 1000가지 색깔을 빚어내는 필묵의 세계, 먹의 교향악이 말하자면 묵조입니다.”

이어 동양예술이란 서예의 지엽성을 언급한 동강은 문자를 소재로 하는 서예의 양식자체가 서구미술과 대적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 후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묵조의 탄생배경을 암시했다. 서예의 대상을 창세기 문자의 범위로 확장한 후 조형적인 창조를 일궈야 한다는 거다.

실제 기존예술을 혁파한 전위예술과 일본 묵상 등도 같은 맥락이라며, 묵조를 학문적으로 정리한 후 영역 등을 거쳐 내년께 세계 미술무대에서 발표할 계획도 세웠다고 했다.

서예에 관한 웅숭깊은 철학을 조목조목 말하던 그는 어느 대목에서 제주와의 뜻밖의 숙명을 꺼냈다.

“9대조인 조사수가 제주목사를 지냈고 제주에 귀양 왔다 홍순애와 애달픈 사랑을 나눴던 조정철은 17대조랍니다. 선조의 연고가 숨 쉬는 곳이어서 늘 제주를 동경했습니다.”

어느덧 추사에 대한 존경으로 화제를 옮기더니 기념관이 하도 초라해서 지날 때마다 매번 ‘죄송하다’고 읊조린다고 했다. 또 저지예술인마을 입주 후엔 매달 서울-제주를 오가며 작업에 더욱 열정을 쏟는다고도 전했다.

동강의 언행은 반듯했고 발언은 매끄럽고 논리적이었다. 고령에 대한 우려엔 “타고난 건강체질”이라며 활짝 웃는 그는, 정녕 ‘팔십 청년’이었다.

전시 기간 12월 30일까지, 장소는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초대일시 30일 오후 3시.

문의 (710)6601.

<김현종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