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공부하는 노하우를 설명한 '공부기술'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조승연 씨가 이번에는 르네상스시대 부자들의 이야기에서 부(富)의 비결을 탐구한 '비즈니스의 탄생'(더난출판 펴냄)을 내놓았다.

조씨는 이 책에서 15~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슈퍼 부자'들이 어떻게 새로운 부의 창출 방법을 발명해 엄청난 돈을 벌었는지, 또 어떻게 쇠락해 갔는지 흥망성쇠의 과정을 추적한다.

프랑스의 자크 쾨르(Jacque Coeur)는 1448년 왕실에 빌려준 돈만 해도 20만 황금 에쿠, 지금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10조가 넘는 규모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재산을 갖고 있었던 부자였다.

그를 부자로 만든 것은 사람이 모이는 지점과 지나가는 지점을 파악하는 능력이었다. 1432년 전염병으로 황폐해졌던 프랑스 남부 항구 도시 나르본. 아무도 이 땅에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자크 쾨르는 나르본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연결하는 다마티아로(路)와 남부 프랑스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아퀴타나로가 만나는 지리적 요충지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또 당시 무역상들이 비단이나 보석, 향신료 등 동양의 물품들을 알렉산드리아를 통해 판매했던 것과는 달리 시리아에 눈을 돌렸다.

그는 이 두 가지를 결합했다. 시리아에서 들여온 동양의 물품들을 나르본의 창고를 통해 유럽 등지로 신속, 정확하게 물건을 배달해 주며 큰 돈을 벌었던 것. 오늘날 현대의 물류시스템인 '로지스틱스'의 개념이 이 때 생겨난 셈이다. 책은 자크 쾨르의 이야기에서 부자가 되려면 시야를 넓혀 전체를 보되,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지리적 거점을 찾아내 집중해야 함을 발견한다.

그는 또 프랑스 국왕 샤를 7세의 측근이 되어 자신의 부를 더욱 늘려나갔다. '정치권력이야말로 부를 창조하는 도구'라고 생각했던 그는 정치인과 경제인이 협력해서 경제를 발전시키고 시민의 부흥을 도모하자는 이상을 품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1500년대에는 '미디어 황제'가 등장한다. 이탈리아인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는 무역이나 은행업처럼 누군가 개척해 둔 사업이 아닌 '매스컴'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눈을 돌린 '블루오션'의 개척자였다.

1430년대 출판기계의 발명 이후 출판산업이 번창하던 때 라이몬디는 귀족들을 대상으로 뭔가 고상하면서도 그들의 입맛에 맞는 사업을 고민하다 미술을 출판과 접목시켰다.

당시 유명한 화가였던 라파엘로의 명작들을 판화로 제작ㆍ판매해 큰 돈을 벌었던 라이몬디는 이번에는 귀족들의 억눌린 욕망에 주목했다.

교황청은 정상위 외의 체위를 엄격히 금지했지만 로마의 부패한 귀족들 사이에서는 기생들과 다양한 체위들을 마음껏 즐기고도 헌금만 많이 내면 모든 것을 다 용서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했다.

라이몬디는 이를 이용해 당시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26개의 체위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다. 책 표지는 가죽으로 싸고 금장식을 둘렀지만 제목은 인쇄하지 않아 서가에 꽂아둬도 아무렇지도 않게 했으며 기생들을 상대로 무료 마케팅을 벌인다.

이렇게 탄생한 세계 최초의 '섹스 화보집'은 입소문을 타고 불티나게 팔려나갔으며 라이몬디는 순식간에 떼부자가 됐다. 책은 라이몬디가 사람들이 알고 느끼고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찾아내고 이를 제공함으로써 큰 부자가 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 밖에도 르네상스 부자를 대표하는 메디치 가문과 해상왕국 베네치아, 포르투갈을 해상왕국으로 만든 엔히크 왕자, 채권방식을 고안해 낸 현대 금융업의 아버지 야콥 푸거, 스페인의 젊은 귀족 에르난 코르테스, 세계 최초의 대기업인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 등 르네상스를 주름잡았던 당대 슈퍼부자들의 성공 비결이 소개된다.

저자 조씨는 "유럽이 선진국의 대륙으로 부상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전, 르네상스 시대에 몇몇 뛰어난 상인들이 '장사'를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자신의 힘으로 '슈퍼부자'가 되면서부터"라며 "이들은 비즈니스 노하우와 부의 축적 방법을 체계화시켰으며 유럽뿐만 아니라 전 인류를 가난으로부터 구원했다"고 평가했다.

400쪽. 2만8천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