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간첩에 놀아난 구멍송송 공안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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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의식부터 검거체계까지 총체적 해이
'미모의 여간첩' 사건이 한국 사회의 허술한 국가 보안과 무뎌진 안보의식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대규모 간첩단 사건도 아닌 개인 간첩 사건이지만 구멍 뚫린 국가 보안 실종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릴 만큼 총체적인 부실 상황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간첩 혐의로 체포된 원정화 씨의 그동안 활동기록을 살펴보면 대북 안보기관인 국정원과 기무사, 검찰과 경찰 등 모든 기관의 '보안 구멍'이 뚫렸음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지만 지금이라도 총체적인 공안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남북관계 개선에 유독 방점을 찍어온 지난 10년으로 야기된 안이해진 안보의식이라는 반성도 나오고 있다.

◆ 간첩 혐의자에 강연받은 국방부 =

원정화 씨 사건으로 국방부는 고개를 들지 못하는 형국이다. 간첩 혐의에 대한 내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원씨는 군부대 안보 강연을 수십 차례나 실시했다. 더구나 당초 원씨를 안보강사로 추천한 곳은 바로 기무사다.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긴 꼴이다.

결국 기무사는 앞으로 군부대 안보 강연에 나서는 탈북자의 신원과 활동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감시하는 체제를 마련하는 한편 군 방첩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대비책을 서둘러 내놨다.

하지만 단지 기무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장교들의 안보의식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상태다.

원씨는 일부 장교들과 성관계를 갖고 군 정보를 빼냈다. 심지어 원씨가 간첩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간첩활동을 도운 장교도 있었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28일 주요 지휘관을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군 현역 간부가 연루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을 대적관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군 장병에 대한 안보의식 정밀진단과 특별정신교육을 실시하는 등 군 장병들의 대북 안보의식 확립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 간첩활동 지원한 통일부

탈북자 교육과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통일부는 원씨에게 국가보조금 형식으로 약 9000만원을 지원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간첩임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민 세금으로 간첩을 도운 우스운 모양새를 연출하고 말았다.

원씨는 또 대북무역회사를 차려 북측과 상거래를 하면서 공개적인 간첩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통일부의 부실한 관리ㆍ감독이 비판대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이번 원씨 사건은 간첩이 탈북자로 위장해 잠입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통일부의 분발이 주문된다.

◆ 몸사려 온 검찰과 국정원 =

실질적으로 간첩 사건을 수사하고 지휘하는 검찰과 국정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난 10년간 해이해진 공안의식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기간 간첩을 기소한 것은 단 한 건으로 2006년 일심회 사건(미국 시민권자였던 장 모씨가 북한 지령에 따라 국내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포섭한 사건)이 유일하다. 사실상 간첩 사건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이는 지난 10년간 추진된 남북관계 개선 기류와 무관치 않다.

과거 공안 업무를 담당했던 한 검사는 "10년간 검찰 내 공안조직이 축소되고 업무가 크게 위축됐다"며 "이번 간첩 사건은 사실상 예견됐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과거 10년간 물리적인 제약보다는 심정적인 제약이 더 많았다"며 "간첩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단행된 국정원 고위 간부 인사에서 대대적인 물갈이에도 불구하고 대공수사 간부들은 그대로 유임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제 간첩 수사를 제대로 하라는 의미"라며 "안보 분야 조직과 인력이 확충될 것"이라고 말했다.

◆ 원씨 이중간첩 활동 =

원씨가 남한 정보요원들에게 북한 정보를 제공하는 '이중간첩'으로 활동한 사실도 밝혀졌다.

원씨는 2003년 3월께 우리 정보요원에게서 "북한 군사 기밀을 빼내면 딸은 나라에서 키워주고 매월 통장에 500만원씩 넣어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이를 받아들이는 척 했다.

원씨는 부탁한 정보를 수집해 전달했지만 이를 남한에 넘겨줘도 되는 것인지 상부에 보고한 뒤 허락을 받고 넘겨줬다고 공안당국은 설명했다.

[매일경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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