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도둑이라고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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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리 의학박사 제주한라병원 흉부외과장

최근 경제상황의 악화는 서민들의 삶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는 경우 의식주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부분부터 절약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급성 질환은 응급실로 달려오지 않을 수 없으므로 큰 차이가 없으나 만성질환이나 예방적 건강검진 등에 대한 진료를 늦추어서 병을 키우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물론 가계 지출에서 갑작스럽게 가족 구성원이 병이 생겨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 경제적 부담이 경제상황이 나을 때 보다 힘들어 진 것은 사실이다.

과거 선배의사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찌져지게 가난한 환자가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고 수술을 받고 퇴원 일이 다가오는데 막대한 병원비를 낼 형편은 안되고 당시만해도 사회사업실을 통한 지역사회로부터의 도움도 없는 상태에서 이를 안타까워하던 주치의로서 원무과 직원 모르게 퇴원 전날 병원에서 도망가라고 일러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매스컴에서도 그렇게 도망갔던 환자가 수 십년 후에 나타나서 병원에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병원비를 정산했다는 이야기도 가끔 매스컴에서 들려온다.

이렇게 형편이 안되서 진료받고 도망가버린 경우는 그나마 낭만적이다. 최근에는 사회보장 장치의 발달로 형편이 어려운 환자는 의료보호 환자로 분류해서 의료보험에서 전액을 보조하고 있으며 심지어 의료보험이 인정하지 않는 진료에 대한 치료비에 대해서도 병원자체, 교회, 자선단체등과 같은 사회복지 장치를 통해 지원이 되어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환자는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경제적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법을 가장하여 악의적 목적으로 선량한 국민들이 매달 꼬박꼬박 내는 의료보험재정이라는 창고에서 돈을 빼내가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필자는 “의료 도둑”이라 명명해 본다.

첫 번째 의료도둑의 유형으로, 병원에서의 진료에 대한 청구서는 일반적으로 모든 진료가 끝난 후 정산하게 되므로 일단 받을 건 다 받은 상태에서 수납창구를 들러 돈을 내고 가야함에도 그냥 가버리는 경우이다.

물론 이중에는 생계형 도둑으로 과거에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에 해당하는 불쌍한 사람도 섞여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길거리 상점에서 음식을 먹고 튀는(먹튀)듯이 병원에서도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가 어려워져서 현재 갖고 있는 돈이 없고 병원비가 무지하게 많이 나올까봐 겁이나서 튀는 경우인데 실제로 이들의 병원비를 보면 몇 만원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은 의료보험에서 지불해 주기 때문이다.

두 번째 유형으로는 의료보험에서 모든 진료비를 대주는 의료보호 환자들이다. 의료보호 제도는 서양에서와 마찬가지로 본인과 가족들이 모두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사회의 도움없이는 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국가가 보호하는 차원의 사회보장장치이다.

따라서 이러한 의료보호 환자가 선정되는 과정은 매우 엄격하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일단 발급받은 의료보호 자격도 환자 자신이나 보호자가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계기가 마련되면 의료보호 환자에서 의료보험 환자로 변경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의료보호환자가 명품 가방과 온 몸에 귀금속을 번쩍거리며 진료받으로 오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는 것은 누군가의 잘못으로 국고가 줄줄 새는 것 같아 씁슬하기 짝이 없다.

마지막으로는 최근에 언론에 보도된 해외교포의 일시적 의료보험취득일 것이다. 해외교포는 엄밀하게 말하면 외국인이다.

병역의 의무를 포함한 모든 의무와 책임은 지지 않았으며 자신의 경제활동으로 발생한 이득에 대한 세금은 모조리 자신의 나라에 바치던 사람인 것이다.

비록 우리의 일가요 친척들이지만 이런 외국인들이 자기 나라의 의료보험비용이 너무 비싸니까 의료보험도 못들고 지내오다가 병이 생겨 치료받으려니까 수억이 들게 되는 상황에서 의료 수준이 선진국과 별 차이 없는 옛 조국에 와서 치료를 받으려고 한다. 여기까지는 비난할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의료보험을 이용하지 말고 100% 일반환자로 내국인보다 3-4배의 의료비를 지불하고 치료를 받아도 자신의 모국보다는 훨씬 싼 것인데도 불과 몇 개월 혹는 한 달간의 보험비만 내고는 의료보험환자로 둔갑하여 수백, 수천만원씩을 의료보험재정에서 빼내가는 행태는 이것을 허락해 준 정책 결정자들과 함께 선량하게 의료보험료를 납부해오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의료 도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는 우리가 피땀 흘려 번 돈으로 국가라는 보험회사에 지불한 의료보험료가 우리 국민들 만의 건강을 보호하는 재원으로 잘 사용될 수 있도록 이러한 의료 도둑들에 대한 감시를 더욱 더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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