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태풍철 코 앞에 닥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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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다.

무엇을 잃어버린 후에야 그 소중함을 알고 반성한다는 의미이다.

우리의 삶 어디에서나 적용되는 경구이다.

잃고 난 뒤에야 후회하며 되찾으려고 노력하지만 한 번 잃어버린 것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이에 예방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게다가 문제점을 알면서도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태풍 ‘나리’ 피해 이후 4대 하천 상류에 저류지를 건설하겠다는 제주시의 계획이 차질을 빚는 모양이다.

당시 소방방재청은 하천 주변 피해에 대한 원인과 개선방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제주시내 4대 하천의 통수단면을 초과할 때마다 홍수가 발생, 도심 복개구간이 막대한 피해를 낼수 밖에 없다고 했다.

또 도로·주차장 등으로 활용되는 구간도 장기적으로 대체시설을 도입, 자연하천으로 복원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진단은 마구잡이식 하천 복개로 인한 범람이 물난리를 키웠다는 각계의 공통된 시각과 맥락을 같이해 설득력을 얻었음은 물론이다.

복개지 기둥은 물흐름을 더디게 하고 부유물이 걸리면 자연히 옹벽 역할을 하게 돼 큰 비가 올 때마다 물난리가 나는 것은 불문가지다.

다시 말해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의 양이 커졌다면 이 것을 담을 그릇도 커야한다는 게 이치이다.

하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결론에도 저류지 설치사업이 난항의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공사도 늦어진다는 게 큰 문제다.

도시방재구조진단 결과 사업규모는 11곳, 29만여 9000㎡에 157만 7000t의 저장능력을 갖추는 것으로 제시됐다.

설계금액으로만 750억원이 소요된다.

반면 확보된 예산은 355억원, 실제 사업은 14만㎡에 59만t의 용량으로 추진되고 있다.

당초 설계보다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달 발주해 내년 6월 준공 예정이던 공사일정도 늦어지고 있다.

실시설계 보완 및 심의, 편입용지 감정평가와 보상협의, 사전환경성검토 일정 등을 고려하면 오는 11월 이전에는 힘들다는 전언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태풍철인 9월이 돼도 사업 준공이 힘들다는 계산이다.

자칫 지난해 겪었던 홍수 피해가 되풀이되는 게 아닌가 걱정이다.

이런 저런 사이 태풍과 폭우가 예보된 후 어디선가 또 물난리가 날 것을 짐작해보자.

‘천재가 아니라 예측된 인재’라는 상투적인 뉴스를 다시 들을까 두렵다.

태풍 ‘나리’는 한 순간 제주시지역에서만 13명의 인명피해와 1300억원이 넘는 재산 손실을 가져왔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아무리 행정절차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더라도 태풍 피해 이후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무엇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에 준비가 철저하면 후에 근심이 없다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뜻을 다시금 새길 때다.<함성중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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