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네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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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학자 최창조 전 서울대교수의 명당관은 분명하다. 한마디로 그는 ‘적덕(積德)’을 강조한다. 평생 덕을 쌓으면 자연히 명당에 묻힌다는 얘기다.

결국 엄청난 돈을 들여가며 소위 명당이라는 땅을 구입한들, 살았을 적에 몸과 마음 씀씀이를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있기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중국 후한(後漢)시대 양진(楊震)은 ‘사지(四知)’라는 고사를 남겼다.

양진이 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왕밀(王密)이란 자가 한밤중에 찾아 와 “저를 공직에 추천해 주신 은혜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라며 황금 열 근을 바치려 했다.

양진은 “하늘이 알고(天知), 땅이 알고(地知), 자네가 알고(汝知), 내가 안다(我知)”며 꾸짖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양진의 사지’는 오늘날까지 청백리상의 귀감이 되고 있다.

▲바야흐로 유서 깊은 고사에서 연유한 고사성어나 사자성어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간결하면서도 깊은 여운은 변화무쌍한 세상을 대변하기에 최적이기 때문이다.

교훈이나 경구, 비유나 상징어 등으로 기능하고 관용구나 속담으로까지 쓰이는 등 그 표현 또한 풍부하다.

며칠 전 국내 최고 경영자들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한 ‘불황극복 최적의 화두’에 ‘줄탁동시’를 1위로 꼽았다. ‘줄탁동시’란 병아리가 알 속에서 연약한 부리로 껍질 안쪽을 쫄 때(줄), 어미닭은 알 밖에서 단단한 부리로 쪼아야(탁) 부화가 이뤄진다는 뜻이다.

지독한 불황기에 임직원 모두가 화합을 이뤄야 난관을 이겨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짧은 네 마디는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인 셈이다.

▲반면,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들은 최근 온라인 채용정보업체 스카우트가 조사한 ‘현재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고사성어’에서 ‘고립무원’을 1위로 꼽았다.

사회에 홀로 남아 도움 받을 데가 없다는 처절한 심정에서다.

그럼에도 이들은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뜻인 ‘고진감래’를 가장 힘이 돼주는 ‘네 마디’로 삼았다.

예로부터 사람에겐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낙담하지 말라는 의미일 게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모습은 ‘줄탁동시’의 자세요, ‘고진감래’의 마음과 다짐이다.

이 짧은 네 마디가 함께 한다면 우리사회는 한결 따뜻해질 것 같다. <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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