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총리의 4·3위령제 참석을 반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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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위령제 참석과 공식사과에 대한 유보결정으로 그 어느 때보다 상생과 화합의 마당이 돼야 할 4.3 55주년이 그 의미를 훼손당하고 있다.

대통령의 위령제 참석과 사과표명은 4.3사건이 국가공권력에 의한 양민학살이라는 진상보고서의 내용을 공식 수용하고, 도민 명예 회복을 위한 상징적이고도 선언적인 조치로서 제주 도민이 50년 동안 염원해왔던 4.3문제 해결의 백미(白眉)요, 결정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신분으로 직접 사과하겠다”던 종전의 약속과는 달리 “국가 차원의 입장표명은 내년 4.3추모제 때 하겠다”고 함으로써 55주년 위령제에 큰 기대를 걸어왔던 도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과 함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런 대통령의 유보결정에 4.3중앙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국무총리의 자의적이고도 위법적인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진상보고서가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채택됐는 데도 총리의 6개월 시한연장 운운한 언급이 마치 채택된 보고서 자체가 유보된 것처럼 호도되었으며, 이는 결국 대통령의 보고과정에서 ‘사과유보’의 중요한 근거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6개월의 이의 기간이 있으므로” 라는 대통령의 유보방침에 따른 언급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총리가 언급한 6개월이 시한연장이라는 것도 “진상보고서의 내용을 바꿔야 할 만큼 중요한 자료가 추가 발견 또는 제출될 경우”에 한한 것이며 그럴 경우 문자 그대로 ‘수정 보완’하면 될 일이지 그것이 대통령의 사과를 유보하는 근거가 될만큼 결정적이지 않다.

또한 총리의 언급대로 보고서의 6개월 시한 연장이 가능하다면 이는 특별법의 시한연장 등 법 개정에 해당되는 것으로 최소한 이런 전제도 없이 이를 근거로 대통령의 사과를 유보토록 한 것은 국무총리 스스로가 위법적 판단을 동원해 ‘국가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통령의 사과유보 방침의 배경에는 사실상 이를 조장한 국무총리의 편향적 사고가 본질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이런 총리의 태도로 인한 결과가 4.3문제 해결과 관련된 한 번의 시련 정도로만 작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채택된 진상보고서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사과라는 정당한 절차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은 4.3 문제 해결의 법제화와 역사적 정당성이 증명된 지금에도 여전히 왜곡과 회피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리의 태도와 처사는 특별법 제정→진상보고서 채택→국가 차원의 공식사과라는 4.3해결의 완결적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결과적으로 이념 대립의 분위기를 조장하고 오히려 부추기는 왜곡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도민사회 일부에서는 그동안 4.3위령제 행사에 정부의 고위 인사가 참석하지 않았던 관례에 비추어 총리의 참석에 고무된 듯 하지만 앞서의 행태를 보이는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해서 사과하러 오는 것이 아닌 이상, 고건 총리의 위령제 참석을 반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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