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실덩실 탈춤으로 근심걱정 싹 날려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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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 경북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개막

"나는 사대부 자손일세", "아니 뭐라고. 사대부? 그럼 나는 '팔대부' 자손일세."

"뭐가 어째? 우리 할아버지는 문하시중을 지냈거든", "아, 문하시중…그까지꺼. 우리 조상은 '문상시대'인 걸"

"나는 사서삼경을 다 읽었다네", "사서삼경? 뭐 그런거 가지고…어흠 나는 '팔서육경'을 벌써 다 읽었네."

양반탈과 선비탈이 허울뿐인 지체 자랑만 한다. 중요무형문화재 69호 하회별신굿탈놀이 중 양반 선비마당이다. 초랭이와 할미, 부네탈이 허풍쟁이 양반 선비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탈춤 마당마다 기막히는 해학과 풍자에 관객들은 무릎을 치고 박장대소하며 배꼽을 잡는다.

▲ 지난해 축제때 무대를 내려온 국내외 창작탈춤팀들이 함께 축제장 부스를 돌며 관람객들과 함께하는 탈춤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아침 저녁 소슬한 바람으로 늦더위를 밀쳐내는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요즈음 경북 안동지방에는 탈춤축제 준비에 부산하다. 올해로 열두번째 막이 오르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6년 연속 문화관광부 선정 최우수축제의 명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탈춤 분야 만큼은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됐다. '가장 한국적인 곳' 하회마을은 물론이고 안동시내 전체가 축제를 준비하는 듯 도로 곳곳에 깃발이 나부끼고 시가지가 각종 탈로 뒤덮힐 정도로 지금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탈을 쓰고 얼굴을 가린다는 것은 염치와 예의에 묻혀 있는 인간 내면의 본능적 신명을 끄집어 내 보자는 것.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그래서 인간 군상들의 신명이 속으로 부터 발현되고 관람객들의 흥이 강물을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한덩어리가 돼 축제판을 이룬다. 즉 탈이 신명의 진실을 드러내는 도구라면 축제판은 신명을 모아 들끓게 하는 용광로. 그래서 올 축제의 컨셉도 축제적 신명에 충실하자는 것으로 정했다. 주최측은 이를 위해 축제장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탈 쓰기를 권한다. 설빔을 입듯이 축제에 맞는 축제 옷 입기 운동을 벌여 누가 공연자고 누가 관람객인지 도무지 헷갈리게 할 작정이다. 북한의 집단 카드섹션같은 일사분란한 질서 보다 축제는 어느 정도 혼돈을 통해야만 신명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 탈춤과 함께 한 내외국 관광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화합과 대동단결의 장을 연출하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해 지구촌 7개국 9개팀이 안동 축제장을 찾는다. 모두 14개 외국 민속공연단이 공연신청을 했다가 심사에서 탈락할 정도로 이번 축제엔 외국 공연팀을 엄선했다. 인도네시아 싱가라자 지역의 탈, 중국의 웨이팡의 경극탈, 필리핀 마스카라 탈 특별전을 마련했고 관련된 학술대회도 알차게 준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양질의 탈문화를 관람할 수 있다. 말 그대로 탈을 통해 세계 문화를 이해하는 장을 마련했다.

매년 1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다녀가는 이 축제에는 물론 하회탈춤을 비롯한 봉산탈춤, 수영야류, 은율탈춤, 가산오광대, 양주별산대, 송파산대놀이, 강령탈춤, 통영오광대 등 한국의 전통탈춤 15가지가 열흘간에 걸쳐 차례로 공연된다. 우리 탈춤을 한곳에서 다 볼 수 있는 곳으로는 유일하다. 200여명의 축제 서포터즈들이 관광객들의 편의를 돕는 탈춤축제는 탈춤 외에도 지역 민속놀이 등 모두 400여 가지의 공연과 전시회가 부대행사로 열린다. 2만6천여㎡의 축제공원에는 관람석 3천석 규모의 탈춤공연장과 3천5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관광객 맞이를 완료했다.

특히 올해 축제는 공연 중심의 축제가 아니다. 관람객들이 함께하며 흥에 취해 느낄 수 있는 축제를 목표로 삼았다. 탈과 춤의 퍼레이드 난장을 관객 자율로 진행하고 대규모 군중이 함께하는 몹씬(mob scene), 마임, 댄스, 퍼포먼스, 인형극 등 탈과 관련된 모든 인간의 몸짓을 축제에 고스란히 녹여낸다며 주최측이 기염을 토한다.

중점 볼거리로 '굿모닝 허도령(첫 공연 27일 저녁 9시 탈춤공연장)'이 있다. 하회탈을 깍은 고려 총각 허도령을 짝사랑한 이웃 처녀의 슬픈 사랑을 무대에 올린다. 또 어린이용으로 재구성한 인형극 하회탈춤(maskdance.com)도 볼만하다. 인도네시아 발리탈과 호주탈 등 모두 500여점의 탈이 전시된 세계탈전시회와 200∼300명의 남성과 여성들이 연출하는 차전놀이(10월3일 오후 3시 놀이마당), 놋다리밟기(28일 오후 5시) 등 지역 민속놀이도 꼽을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전통 불꽃놀이로는 유일하게 전승되고 있는 선유줄불놀이가 하회마을에서 두차례(27일과 10월 4일)에 걸쳐 시연, 깊어가는 가을밤을 화려한 불꽃으로 수놓는다. 관람객들이 신명에 취해보는 행사로는 남녀노소가 저마다 탈을 쓰고 덩실덩실 퍼레이드를 벌이는 탈선(쓴)무대. '어허! 탈난 세상' 해가 어스름 질 무렵이면 성인 남녀가 관심을 보이는 무대다. 탈춤 따라 배우기도 인기 프로그램, 그리고 '축제 왔으면 내것 하나 만들어야지' 50여가지의 만들기 체험부스와 총 상금 4천400만원이 걸린 월드마스크 경연대회도 흥겨움이 넘치는 열광의 도가니이다.

때마침 축제기간에 인근 경북 북부지역 영주와 봉화에서도 풍기 인삼축제(10월1일∼5일)와 춘양목 송이축제(27일∼30일)가 열린다. 최상의 건강식품인 인삼을 직접 캐보고 원시림속에서 아침이슬을 머금은 자연산 송이의 독특한 향을 맡아가며 아주 색다른 아침 식사도 즐길 수 있다. 안동한우·안동간고등어·헛제사밥·인삼갈비·송이갈비 등 맛깔스런 토속 먹을거리도 지천에 널려 있다.

세계탈문화예술연맹(IMACO) 초대회장인 김휘동 안동시장은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 모두가 '나만의 탈' 갖기 운동에 참여하고 탈춤을 사랑하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탈춤 한사위, 풍물 한가락 정도는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축제 운영의 기조를 잡았다"며 "가 보기만 하면 모든 근심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있는 신명나는 곳이 안동이라고 인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축제를 마련했다"며 많은 관람을 당부했다. 관람문의 054)840-6061.

<안동=권동순기자>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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