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외사부(이홍재 부장검사)는 25일 회삿돈 32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옛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43) 씨를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1997년 11월 다른 회사 임직원들과 짜고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을 위해 설립된 동아시아가스(EAGC)에서 회삿돈 3천270만 달러를 스위스의 비밀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씨 등은 실제로는 동아시아가스가 갖고 있던 러시아 회사 루시아석유(RP) 주식을 같은 나라 회사인 시단코에 5천790만 달러에 매각했으나 이 사실을 숨기고 페이퍼 컴퍼니에 2천520만 달러에 판 것처럼 국내 당국에 허위 신고함으써 3천270만 달러를 빼돌린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정 씨는 1998년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해 10년 가까이 수배 상태에서 도피 생활을 하고 있으며 검찰은 오는 27일로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는 점을 감안해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정 씨가 294억원의 국세를 체납한 상태이며 아버지 정 전 회장(2천127억)과 형 정보근 씨(645억원)를 합치면 이들 일가의 국세 체납액은 무려 3천66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