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농산물 값이 폭락하다가도 어쩌다 가끔씩 시세가 호전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영락없이 절도범들이 나타나 마늘.양파 등 농작물을 훔쳐가는 일이 종종 일어나 농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다.
올해 들어서도 무.양배추 등 일부 소채류 값이 좋아지자 농작물 도둑들이 설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월에는 북제주군 한림읍과 한경면 일부 지역에서 양배추 도난 사건이 발생했고, 그후 한경면 신창리 한 농가에서는 수확을 앞둔 양배추 400여 포기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북제주군 구좌읍 소재 800평 무밭에 도둑이 들어 1300만원어치를 훔쳐 간 모양이다. 경찰이 절도 용의자를 잡고 보니 다른 사람이 아닌, 농산물 중간상인이었다. 참으로 못 믿을 세상이다.
이 용의자는 인부들을 동원, 무를 모두 캐낸 뒤 서울에 있는 상회에 팔아 넘긴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데, 만약 진범으로 밝혀진다면 예방 차원에서라도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비단 이 용의자 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아직 검거하지 못한 범인들도 모두 붙잡아 응분의 죗값을 치르게 함으로써 경종이 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농산물 도난 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경찰은 농심을 울리는 절도범을 미리 막을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연구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제주도 농촌은 매우 어렵다. 몇 년째 계속된 감귤 및 특용작물 값 하락이 그 원인이다. 그런데 올해 모처럼 채소류 값이 괜찮아 몇 년간의 출혈 영농을 일부나마 만회해 볼까 기대를 걸던 참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도둑들이 들어 훔쳐가버렸다면 그 낭패감이 오죽 크겠는가 말이다. 농민의 가슴에 못을 박아도 이보다 더 큰 못이 있을 수가 없다.
지난 겨울 한파 등으로 다른 지방은 채소류가 흉작이라고 한다. 제주의 소채류 값 호전은 그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난 이러한 농민들의 기쁨을 도둑들이 빼앗아가게 놔두어서는 안된다. 당국의 근본 대책이 바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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