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 고강도 처방..`패닉' 진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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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나라당이 19일 은행 간 외환거래에 대한 지급 보증과 달러 공급 확대 등을 담은 고강도 처방을 내놓은 것은 미국의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은 물론 실물경제로 옮아붙을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동반 대응으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는듯 했지만 국내외 경기의 동반침체라는 공포가 엄습하면서 또다시 극도의 혼란에 휩싸이고 있어 비상대책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세계 각국의 위기 극복책에 보조를 맞추는 우리 정부의 이런 발걸음은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려운데다 고용과 내수, 수출 등 실물경제 전반에 경고음이 켜지고 있어 계속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 금융안정 `올인'..외화차입 지급보증
정부가 우선 은행들의 신규 외화 차입에 대해 3년간 지급 보증하기로 한 것은 은행들의 달러난이 심각하고 이것이 원.달러 환율의 급등을 초래하는 등 외환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증 규모는 1천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신용위험도를 보여주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10년 물의 가산금리가 작년 말 0.98%포인트에서 이달 14일 현재 3.32%로 치솟아 장기 외화자금의 조달 길이 막힌 가운데 은행들은 만기 하루짜리 외화 차입인 고금리의 오버나이트 거래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외화 차입에 보증함으로써 달러 조달에 숨통을 틔우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세계 각국이 은행 간 자금 거래에 대한 보증에 나선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정부의 보증 없이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돈이 돌지 않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동참한 것이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각국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여러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런 세계적 추세에 맞추지 않으면 역차별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정부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은행과 중소기업에 200억 달러를 추가로 풀고 외환 스와프 시장에 대한 달러 공급도 100억 달러를 더 늘리기로 하는 등 직접 지원도 병행한다. 지난달 말부터 외환 스와프 시장에 100억 달러 수혈에 나선 데 이어 이달 초 수출입은행을 통해 50억 달러를 지원했지만 달러 기근이 해소되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과 국채 매입에 나서기로 한 것은 금리 급등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외화 유동성에 이어 원화 유동성마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대책이다.

3년 이상 투자한 적립식 펀드에 불입액의 일정비율을 소득공제하고 배당소득을 비과세하는 세제 혜택은 주가 추락에 따른 펀드런(대량 환매사태)을 사전에 막고 장기 투자자금의 유입을 유도해 증시를 안정시키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5천만 원인 예금 보호한도를 높이고 은행 자본을 확충해 주는 것은 일단 보류됐다. 미국과 독일, 덴마크, 호주 등 세계 각국이 예금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와 달리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 조짐이 없는데다 섣불리 같은 조치를 취했다가는 불안 심리만 더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난 6월 말 현재 11.36%로 건전성이 아직은 양호하다는 점도 감안됐다.

◇ 실물경제 전이 차단..재정지출.감세 병행
정부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파급될 조짐을 보이자 이를 막기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9월 신규 취업자 수가 11만명 대로 떨어지는 고용시장은 이미 한겨울 맞고 있고 수출과 설비, 투자, 내수의 둔화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건설시장은 이미 얼어붙어 일부 업체의 도산설이 퍼지고 있다.97조1천억 원에 이르는 금융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화 우려는 금융시장과 경제의 제일 큰 위협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경기 침체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기업은행에 1조 원을 출자해 중소기업 대출 여력을 12조 원 늘릴 계획이다.

지난달 말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4조3천억 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신규 지원하고 신용보증기관의 대출 보증을 4조원 증액하기로 했지만 이것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건설업체에 대한 지원책도 이번 주 내놓을 예정이다. 펀드를 조성한 미분양 아파트의 매입, 대출이나 어음의 만기 연장, 건설업체에 분양한 공공택지의 재매입 등이 골자다. 처분조건부 주택담보 대출자가 기존 주택을 팔아야 하는 시한은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국회에 제출한 26조 원의 감세안과 273조8천억 원의 예산안도 차질 없이 추진해 경기 하강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10월 현재 70.5%인 추경 예산의 누적 집행률도 연내에 100%로 끌어올리는 등 감세와 재정 지출 확대를 병행해 실물 경제의 위축을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대책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올해 4%대 후반의 경제 성장은 물건너갔고 내년에는 3%대 성장에 그치는 것은 물론 실물경제 침체가 다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 위식을 반영한 것이다.


◇ "금융불안 진정 기대..낙관은 못해"
정부의 이번 대책이 패닉에 빠진 금융시장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을 주겠지만 세계 금융시장이 여전히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실물경제의 동반 침체 우려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낙관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우증권 홍성국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금융 불안의 해법을 1차적으로 외화유동성에서 잡고 원화유동성, 증시, PF로 확대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며 "다만 대책 발표가 다소 늦은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정현진 부행장은 "외환 거래에 대한 정부 보증은 외국 은행이 자금 회수를 가속화하는데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하지만 전 세계 은행들이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서바이벌 게임에 들어갔고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외화자금 경색이 해소될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금융시장의 문제는 유동성 부족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정부가 적절하게 선제 대응을 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그러나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얼마나 진정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침체를 막을 수 있는 추가 대책을 검토해야 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김현욱 연구위원은 "외환시장의 추가 대책으로 한국은행이 외화자산을 담보로 대출해주거나 매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향후 중요한 것은 금융 부문의 불안 심리가 실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7천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을 마련하면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감세 등도 함께 언급했는데 우리는 이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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