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관한 동양적 명상세계 형상화!
새벽에 관한 동양적 명상세계 형상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판화가 강승희 교수 19일부터 동산방화랑서 개인전
▲ 강승희 作 '새벽-2729'.

나무, 숲, 들판, 정자, 강, 빈 배…. 흑백모노톤의 한껏 절제된 화면이,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시적 감흥을 흥건하게 자아낸다. 고즈넉한 산사마냥 고독과 정적을 한가득 품고 있다.

20여 년간 부식동판화를 통한 동양적 명상세계 표현에 천착해온 강승희 작가(48)의 ‘새벽’은 주요 모티프를 드라이포인트로 처리하고 나머지엔 부식기법을 적절하게 조율, 제작한다.

니들(Niddle)이 동판에 부닥쳐 찍어낸 점들이 나무와 숲이 되고 어둠을 낳고 우주로 변화한다. 다이아몬드블랙 안료를 통해 칠흑 같은 어둠이 조성돼 흡사 심연의 이미지를 자아낸다.

원형적 자연의 실재일까. 풍경은 실제보다 심의적 풍경에 가깝고 감정 이입도 읽힌다. 고즈넉하고 쓸쓸하고 텅 빈듯하면서도 일견 충만한 어떤 아스라한 느낌을 자꾸만 불러일으킨다.

이런 감정은 특히 화면의 상당 부분을 채우고 있는 허허로운 공간과 여백에 의해 강조된다. 단조로운 구도와 넓은 여백이 형성한 암시적인 공간, 여기서 모티프와 여백의 극적 대비가 발생하고 이때 두드러진 공지선과 수평선은 아득하고 비현실적인 정조를 강화한다. 끝 모를 바다 혹은 강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암시하며 현대인이 상실한 것들을 환기시킨다.

유독 빈 배도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일종의 작가의 자화상이며 어쩌면 우리 모두의 초상이다. 흔히 인생은 망망대해의 일엽편주에 비유되지 않던가.

곰곰 그림을 훑다보면 홀로 세상에 남겨진 것 같아,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자의식과 대화하게 되고 자기반성으로 귀결된다. 시간으로 계측 불가능한 근원적 세계와 대면하고, 언어가 없던 시절 거대한 침묵과 마주한다.

‘미술이란 진실로 내 욕구불만의 표시이며 존재 확인이다.(…)현대는 수많은 아트와 무수한 첨단매체로 무장된 미디어시대다. 화려한 컬러와 스펙터클이 넘치는 사회에도 불구하고, 그림양식과 표현매체로 20년 이상 오로지 동판과 새벽이란 소재를 다뤄온 이유는 아직 표현 대상이 많고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서다. 조용한 산사나 강을 찾아 떠나는 이유는 아직도 비어있는 가슴을 채우기 위해서다. 내게 깊이 숨어있는 감성을 건드려 자유롭게 사유하는 감각으로 이끌고 싶다. 결국 나의 미술은 동양적 명상세계로 가는 몸짓이다.’(작가노트 중에)

강 작가가 19~28일 서울 종로구 동산방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새벽’ 연작 30여점이 전시된다. 오현고와 홍익대 및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 추계예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다.

문의 (02)733-5877.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