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와 방앗간
참새와 방앗간
  • 김범훈 기자
  • 승인 2008.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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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어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아이콘이다.

유머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1970~80년대에 유행한 ‘참새 시리즈’는 당시 시대상이 한껏 녹아 난다.

비록 겉은 우스개 형식을 빌었지만, 내면적으론 하나에서 열까지 포수가 총으로 참새를 쏴 죽이는 잔인함을 마치 어린아이 놀이처럼 행해진다.

여기에 등장하는 포수는 권력자를 의미한다.

그러나 참새는 거대한 권력 앞에 어이없는 죽임을 당하는 민중을 상징한다.

제5공화국에서 제6공화국으로 넘어가는 때, 군사정권의 폭압이 민중을 짓누르던 암울한 시절의 얘기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친숙한 야생조류를 들라면 단연 참새다.

예전에는 시골이든 도시든 어느 곳을 가더라도 참새는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그런 만큼 참새에 얽힌 골칫거리나 친숙한 기억도 많다.

가을 추수기에는 허수아비를 세우는 것으론 턱도 없어 참새를 쫓는 것이 농가의 일과였다.

하지만 늦가을이나 겨울 눈 내린 들녘에서 줄을 매단 꼬챙이와 삼태기로 참새를 잡았던 기억이 새롭다. 고무줄 새총이 빗나가 유리창과 장독대를 깨뜨리곤 혼이 났던 일은 즐거운 추억으로 회상된다.

지나고 보면 아득한 것 같아도 그리 멀지 않았던 얘기다.

하지만 참새 개체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농어촌 주택개량으로 둥지를 잃은 데다 각종 개발에 따른 환경오염 등으로 번식률이 떨어진 게 원인이라고 한다.

▲오늘의 참새는 속담으로 우리와 계속 친숙해지고 있다.

속담 가운데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랴’가 가장 널리 회자된다.

이 속담은 참새가 먹이를 찾아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찾아다니듯, 흔히 자기가 좋아하는 곳은 그냥 지나치지 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요즘처럼 겨울을 알리는 찬바람이 부는 날이면 ‘한 잔’이 더욱 그립다.

갈수록 팍팍해지고 고달픈 삶이기에 이를 어루만져줄 대폿집이 간절한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래서인지 재래시장, 아파트 단지 앞, 주택가 골목 술집엔 저녁 내내 인파로 북적거린다.

예나 지금이나 참새와 방앗간은 문전성시다. <김범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