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시를 따라가는 서양철학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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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 출간
철학사 책이라고 하면 철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사상을 설명하는 식의 '골치아픈' 책이거나 너무 말랑말랑하게 가공한 나머지 요약 정리를 통해 '수박 겉핥기'에 그치게 되기 십상이다.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풀빛 펴냄.전 2권)는 요약 정리도 아닌, 그렇다고 줄줄이 철학사를 읊어대지도 않으며 유럽의 각 도시를 돌아보는 여행기 형식을 통해 철학의 역사를 탐색하는 서양 철학사 책이다.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영국 워릭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정재영 씨는 자신의 황금 시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유럽 도시 12곳을 차례로 둘러보며 각각의 도시와 그 때 그 시대를 반영해 탄생한 철학 시간 여행을 제안한다.

벨베데레 궁의 스핑크스 조각과 비엔나 커피 속에서 빈의 하이브리드적 속성을 읽어내는 저자는 역시 근대의 빛과 그림자가 함께 녹아있는 빈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주의, 과학으로 대표되는 근대의 이중성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된 '비엔나 서클'을 소개하고 '모든 참된 지식은 경험에서 비롯된다'라는 경험주의에 논리분석을 결합한 '논리경험주의'를 선언한 비엔나 서클의 생각을 설명한다.

여행은 '포스트모더니티'(postmodernity)를 낳은 68운동의 진원지 파리로 이어지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근대의 시작을 알린 '르네상스 철학'을 설명한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서양 근대철학의 닻을 올린 데카르트와 스피노자를 통해 '근대 합리주의 철학'을, 영국의 에든버러에서는 로크와 흄, 애덤 스미스, 뉴턴을 통해 '근대 경험주의 철학'을 만나게 된다.

독일 관념론의 양대 산맥인 칸트와 헤겔 철학, 마르크스 철학, 니체 철학까지 근대의 철학을 살핀 뒤 여행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고대 그리스 철학과 중세 철학을 살피며 끝이 난다.

책은 도시 여행과 철학적 사유를 교묘히 결합시키며 생각의 틀을 형성하는 '과정으로서의' 철학의 즐거움을 강조한다.

저자는 "만일 이 철학 여행에서 한 보따리 가득찬 철학 선물을 기대한 이가 있다면 나는 정중하게 그런 선물은 없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라며 "가장 쉽게 철학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은 동사로서 철학하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며 동사로서의 철학에서 즐거움을 느낄 때 생각하는 힘이 커지고 생각하는 과정도 명징해지는 바로 그 때 철학이 가장 쉽게 전달된다"고 말한다.

각 권 252~280쪽. 각 권 1만3천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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