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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동화집 '멀쩡한 이유정' 출간
초등학교 3학년 경수네 반에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셨다. 할아버지가 살아온 이야기를 적어오란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 할아버지 자랑에 한창이다. 명규네 할아버지는 조기 축구회 회장이라 약수터에 가면 사람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그런가하면 승호네 할아버지는 용감한 경찰이라 도둑도 많이 잡으셨고 강도를 잡다 칼에 찔려 가슴에 흉터도 있단다.

경수도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떠올리지만 이마에 이쑤시개만 한 흉터가 있었던 것만 기억날 뿐이다.

집에 돌아온 경수는 할아버지에 대해 묻는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골목에서 노래를 불러 '가수'라는 별명으로 유명했으며 이마의 흉터도 술 먹다가 넘어져서 찢어져 생긴 것이고 결국 술 때문에 간이 나빠져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뿐이다.

이래서는 도저히 숙제를 할 수가 없다. 외할아버지에 대해 알아보지만 외할아버지는 좁은 방에서 담배를 피우며 노름을 하다 폐가 나빠져서 돌아가셨다니 경수는 숙제할 일이 막막하기만 하다.

유은실 작가의 '멀쩡한 이유정'(푸른숲 펴냄)은 경수처럼 '남들에게는 있는데 내게는 없는 것', '남들은 다 되는데 나는 잘 안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어린이들에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며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하나씩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유머러스한 글로 알려주는 단편동화집이다.

표제작 '멀쩡한 이유정' 속 주인공 유정이도 '남들은 다 되는데 나만 안되는 것'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다.

왼쪽과 오른쪽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유정이는 물어물어 집을 찾아가지만 '좌회전,우회전'이 섞여있는 사람들의 설명은 오히려 더 헷갈릴 뿐이다. 그러던 중 학습지 선생님이 나타난다. 유정이는 구세주라도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지만 학습지 선생님은 "아파트 단지를 십분 째 헤매고 있었다"며 집을 좀 안내해달라고 한다. 알고보니 유정이만 길치였던 것은 아니었던 것.

작가는 "엉망진창인 세상을 살아가는 문제투성이 얘기 다섯 편을 담았다"며 "지금도 멀쩡해 보이려고 무진장 애쓰는 어린이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편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영미 그림. 148쪽. 8천500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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