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하며 진화한 마피아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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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조폭 맥마피아' 출간
'마피아'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영화 '대부'에 나오는 말론 브랜도와 알 파치노를 떠올리곤 한다. 영화 속 마피아들이란 담당 지역을 지배하며 '보호비' 명목으로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내거나' 술과 마약을 판매해 돈을 버는 것이 일이었다.

그러나 영국의 저널리스트 미샤 글레니는 이제 마피아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조직범죄단이 보호비를 뜯어내는 1단계와 재화와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통제하는 2단계를 지나 해외진출이라는 3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

'국경 없는 조폭 맥마피아'(책으로보는세상 펴냄)는 글레니가 2004년 5월부터 2007년 5월 사이 러시아와 동유럽, 발칸반도에서 이스라엘, 두바이, 나이지리아, 일본, 중국 등을 현지 조사하고 300회 이상의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 조직범죄단의 현재를 분석한 책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맥마피아'는 마피아의 후예, 혹은 '마피아 2세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지역을 거점으로 보호비를 받고 술이나 마약, 카지노 등을 통해 돈을 모았던 마피아들은 이제 거침없이 영역을 넓혀가며 '대부' 속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마피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자는 맥마피아의 등장에는 무엇보다 1990년대 소련의 붕괴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정 속에서 갑자기 국가의 통제가 없어졌고 이에 따라 불안정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에 대한 순리적 반응으로 1990년대 러시아 마피아가 등장하게 된다.

러시아 마피아처럼 급속한 사회 변화로 생겨난 조직범죄단의 예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가 철폐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통제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한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러시아 마피아는 발칸 반도의 나라들부터 시작해 '-스탄'으로 끝나는 중앙아시아의 여러 국가들, 중국의 서쪽과 파키스탄 변경지역까지 광대한 지역으로 퍼져 나간다. 저자는 이를 두고 '새로운 실크로드'가 형성됐다고 표현한다.

맥마피아의 또 다른 특징은 활동무대가 지역을 넘어 전세계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

대표적인 맥마피아는 체첸 마피아다. 체첸 마피아는 일종의 상표처럼 상표 사용료를 받고 '체첸 마피아'란 이름을 다른 갱단에게 판다. 체첸 마피아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프랜차이즈 갱단에게 자신들의 지시를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그들을 '손보게' 된다.

조직범죄단이 전 세계로 무대를 넓히게 되는 데는 세계화에 따른 자본의 자유로운 국경 간 이동이 큰 역할을 했다. 조직범죄단들은 불법행위로 벌어들인 돈을 세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고 그 결과 이스라엘이나 두바이는 정체불명의 자금이 모여드는 곳이 됐다.

저자는 이 같은 관점에서 조직범죄단의 세계화를 막기 위해 자본의 국제적 이동에 대한 규제를 주장한다. 국제 금융 속에서 조직범죄단의 현금 흐름을 차단하는 것이 국제 범죄집단을 단속하는 가장 성공적인 방법이라는 것.

저자는 또 조직범죄단의 활동비 70%가량이 마약에서 나온다는 유엔의 추정 수치를 인용하며 마약을 합법화하자는 다소 '위험한' 주장도 내놓는다.

저자는 1920~1930년대 미국의 금주령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밀주를 통한 마피아의 세 확장에 이용됐음을 상기시킨다. 조직범죄단이 마약에서 천문학적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바로 마약의 불법성 때문인만큼 차라리 마약을 합법화해 세금을 징수하고 금지 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없애면 국제 조직범죄단의 네트워크에도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종인 옮김. 560쪽. 2만3천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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