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세상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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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지글러 '탐욕의 시대' 출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통해 세계화가 가져온 기아 문제를 고발하고 그 대안을 제시했던 장 지글러 유엔인권위원회 자문위원의 또다른 책 '탐욕의 시대'(갈라파고스 펴냄)가 출간됐다.

지글러는 이번에는 '누가 더 세계를 가난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전 세계 부(富)가 어떻게 재편되고 그 결과 기아와 부채가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의 발목을 옭아매고 있는지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지글러는 오늘날 인류가 처한 비참함의 정도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시대에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고 탄식한다. 5세 미만의 어린이 중 1천만 명 이상이 해마다 영양 결핍이나 각종 전염병, 오염된 식수,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목숨을 잃고 이 희생자 중 절반은 최빈국 6개국에서 발생하고 희생자의 90%는 남반구 국가 중 42%에서 발생하는 현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기술발달로 세상의 부는 점점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재화가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고 인위적으로 가난이 조작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한 해 생산된 부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전 세계의 거대 민간 다국적 기업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새로운 봉건 지배세력'이라고 부르는 이 기업들이 최대 이익과 최저 비용으로 최단 시간에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면서 세계를 봉건화하고 있으며 그 결과 세계는 '부채'와 '기아' 때문에 더 가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글러에 따르면 부채에 허덕이는 나라들은 국민총생산 대부분을 부채 원리금 지급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공립학교나 공공병원, 사회보험 등 사회투자 예산은 거의 남아나지 않는다. 최대 피해자는 당연히 서민들이고 이들 나라에서 부채는 마치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종양처럼 끊임없이 자라나고 돌이킬 수 없이 불어난다.

감당할 수 없는 부채는 대다수의 서민이 가난과 비참함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방해하고 기아로 이어져 또 다른 희생자를 낳는다.

브라질이 대표적인 예로 제시된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곡물 수출국이며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지만 1억 7천600만 명 인구 중 4천400만 명이 만성적 영양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농산물 수출은 대부분 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고, 과거 군사독재 시절 외국으로부터 끌어다 쓴 천문학적 액수의 부채를 갚아야 하는 처지 에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세계 11위 경제대국이지만 2003년 기준으로 남반구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부채가 많은 나라로 기록됐다.

그러나 지글러는 이런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희망 또한 브라질에서 싹트고 있다고 본다. 부채 상환을 거부하고 대신 그 돈으로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발전기금이나 교육, 공중보건, 농업개혁 등 제3세계 국가들의 진보를 위한 발전기금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른 채무국들과의 연합전선을 형성하려는 룰라 대통령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그는 또 소수에 의해 좌우되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전 세계 시민들의 투쟁과 연대를 강조한다.

"소수, 즉 대체로 별다른 의식 없이 사는 백인들의 편의를 위해 언제까지고 대다수가 가난과 절망, 착취, 기아 속에서 신음하는 세상을 거부하는 인간의 이성 속에 희망은 깃들어 있다.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는 도덕적인 요청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 그것을 흔들어 깨우고,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북돋우며,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343쪽)
양영란 옮김. 364쪽. 1만5천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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