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만도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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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미 칠레의 고속도로 감시카메라에 찍힌 견공(犬公)의 동영상이 세계적 화제다.

화면은 개 한 마리가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사이를 위험천만하게 걸어 다니다 수차례 차에 치여 처참하게 쓰러지는 장면을 보여준다. 곧 어디선가 다른 개 한 마리가 나타난다. 그는 쓰러진 동료를 안전지역으로 옮기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래도 차량들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사고위험 속에서도 쓰러진 동료를 끝내 중앙분리대 지역으로 안전히 옮긴다.

고속도로 순찰대가 도착했을 때 동료 개는 죽어있었다고 칠레 언론은 전했다.

안타깝지만, 생사(生死)를 연연하지 않는 견공의 의리는 참으로 감동적이다.

▲국내서도 견공들의 의리가 카메라에 포착된 적이 있다.

장면은 강아지들이 찻길을 건너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나 맨 앞서던 강아지는 달려오는 화물차에 치여 쓰러진다. 그러자 뒤따르던 강아지가 일으켜 보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이미 숨은 멈춘 듯 움직임이 없다. 강아지들은 찻길 한 가운데 버티고 서서 쓰러진 동료를 지키며 현장을 떠나지 않는다. 강아지들은 이 곳을 지나는 비슷한 차량만 보면 거칠게 짖으며 범퍼를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데서 사진은 끝난다.

지난해 7월 대구시 달서군 도로에서 펼쳐진 일이다. 당시 너무 마음이 아프다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줄이 잇는 등 사회적 반향이 거셌다.

▲견공은 개를 사람 부르듯이 높이어 이르는 말이다. 개도 윤리를 알고 지킬 것은 지킨다는 의미가 담긴다. 그래서인가, ‘견공오륜(犬公五倫)’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는 윤리와 도덕이 실종된 세태를 ‘삼강오륜(三綱五倫)’에 빗대 개탄하는 말이다.

그 첫째가 지주불폐(知主不吠)다. 견공은 자기 주인한테는 절대로 짖지 않으니 오륜(五倫)의 군신유의(君臣有義)에 해당한다. 둘째는 모색상사(毛色相似)다. 자기를 낳은 어미를 닮으니 부자유친(父子有親)이 된다. 셋째는 일폐중폐(一吠衆吠)다. 동료가 짖으면 일제히 따라 짖는다. 곧 붕우유신(朋友有信)이다. 넷째는 잉후원부(孕後遠夫)다. 새끼를 배면 수컷을 멀리하니 부부유별(夫婦有別)인 셈이다. 다섯째는 소부적대(小不敵大)다. 작은 놈은 큰 놈에게 대들지 않는다는 위계질서를 말한다. 오륜의 장유유서(長幼有序)다.

요즘 일부 사회 지도층들의 ‘개만도 못한’ 행각이 국민적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견공사회를 본 받아야할 연말이다.`<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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