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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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제주대 교수·중어중문학과·논설위원>

김연아가 아사다마오에게 1등을 내주었다고 한다. ‘이번에도…’하고 기대했는데 서운하다. 네티즌 사이에 말이 많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일본에서는 온 나라가 시끄러운 모양이다. 아사다마오가 한국의 김연아로부터 당당하게 1등을 빼앗아왔다고…

비록 우리를 가슴 아프게 했지만 아사다마오에게 축하를 보내며, 김연아에게는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 아울러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세계 최고의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그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언제나 모두 옳을 수는 없다. 어차피 모두가 상대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옳으면 네가 그르고, 네가 옳으면 내가 그르다. 옳고 그른 것은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약속에 근거해야만 옳고 그 약속을 어기면 그르다.

나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나는 빨리 가려는데 내 앞에서 나의 길을 막는 네가 그르다고 해야 하지만, 우리 사회가 정한 약속대로 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른 것이다.

사회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규약은 사람들의 약속으로 정해진다.

교수들은 가르치는 것보다 학점을 부여하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시험이 끝나면 모두가 나의 제자이니 좀 부족하더라도 모두에게 좋은 점수를 부여하고 싶지만, 한 학생에게 좋은 점수를 부여하면 다른 학생은 나쁜 점수를 부여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정해진 약속에 따라 학생들의 학점을 엄격히 관리해야만 학생들에게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만약 학업이외의 다른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학생들은 공부보다는 교수들의 눈치를 살피거나 가까운 관계를 만드는데 치중할지도 모른다.

학생에게 엄격하려면 교수가 먼저 자신에게 엄격해야한다. 자기 자신은 선의의 경쟁을 하지 않고 누군가의 힘이나 제도에 기대거나, 이리저리 작당하여 다수를 이루어, 경쟁에서 이기려고 한다면, 그런 자신이 어찌 학생들에게 엄격하게 경쟁하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 어디 그 뿐이겠는가? 내가 노력하지 않고 남이 노력하여 이룬 것을 파괴하려거나 한 순간에 빼앗으려고 달려든다면, 자기 발전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조금의 양심만 있어도 비굴한 자기 모습이 처참하게 느껴질 것이다.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은 잘 하지 않는다. 대신 “열심히 살라!”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살자!”는 말을 자주한다. 말로만 너희들에게 공부하라고 하고 아빠는 나태한 생활을 하지 않을 터이니 나와 경쟁이라도 해보자는 심보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는 그런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 아이들이 오히려 아빠가 우리 집에서 가장 열심히 사는 것 같다는 말을 한다고 하니, 이제는 그 말을 계속 듣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 할 처지이다.

아이들이 하는 말은 비단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학생이 스스로 노력하여 남보다 좋은 점수를 받으려 하지 않고, 컨닝을 한다던가, 교수에게 읍소하여 점수를 높게 받으려고 한다면, 그것을 열심히 산다고 하지 않으며, 교수가 스스로 연구하여 매번 새롭게 변하려 하지 않고, 잘하고 있는 남을 음해하거나 못하게 하여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려고 한다면, 그것을 열심히 산다고 하지 않는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정당한 방법으로 경쟁하여 설령 능력이 부족하여 아직 못 미치는 한이 있더라도 마음속으로 떳떳한 것을 두고 열심히 산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모습은 누군가가 보고 있다. 가장 가까이 사는 나의 가족은 물론이고, 나의 주위를 맴도는 뭇 사람들은 모르는 척 할 뿐 모든 것을 보아 알고 있다. 누가 당당하고 누가 비굴한지를…, 명분을 둘러대어 적당히 꾸미면 결과가 바뀔지 모르지만 떳떳하고 비굴한 것은 바뀌지 않는다. 열심히 산다는 것! 그것이 최고가 아니더라도, 최고보다 더 최고 같이 아름다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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