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하고 방탕한 20세기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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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닐 교수 '20세기 환경의 역사' 출간
20세기는 두 차례의 대규모 세계전쟁, 치열한 이념 대결 등으로 인류사에 전례없는 시기였지만 환경에 있어서도 그 어느 시대보다도 큰 영향을 끼친 시기였다.

미국 조지타운대학의 역사학과 교수 J.R. 맥닐이 쓴 '20세기 환경의 역사'(에코리브로 펴냄)는 오늘날과 같은 환경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으로 20세기에 주목하는 책이다.

그는 20세기를 환경의 역사에 있어 커다란 생태적 변화를 불러온 사건들이 수없이 많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기이한 세기'(peculiar century)이며 에너지를 남용했던 '방탕한 세기'였다고 규정한다.

환경변화는 약 40억 년이나 되는 지구의 나이만큼이나 그 역사가 오래됐다. 사람속(Homo)의 인류는 약 400만 년 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벌목과 광물 채취, 쓰레기 양산, 수렵 등으로 지구 환경을 변화시켜왔다. 하지만, 그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20세기, 그 중에서도 특히 1945년 이후의 일이다.

예를 들어 인간이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50만년 전으로 이후 인간은 세계 전역에서 국지적으로 대기를 오염시켜 왔다. 로마 제국 시대 지중해 지역에서 납을 제련하면서 뿜어낸 매연은 북극 지방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최근의 대기오염은 전 세계적으로 너무 광범위한 나머지 지구 대기환경에 근본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20세기가 환경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 원인으로는 일단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인구증가, 에너지 사용의 증가가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500년 전 세계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약 2천400억 달러였지만 1900년에는 약 2조 달러로 8.3배 증가한다. 하지만, 20세기말 전 세계 GDP는 30조 달러에 이른다. 4세기 동안 8.3배 증가했던 것이 한 세기 만에 15배로 증가한 것.

경제성장은 인구 증가와 함께 진행됐다. 1500년께 4억~5억 명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인구는 1900년 16억 명으로 4배 정도 늘어났으나 2000년 말에는 거의 60억 명에 근접해 한 세기 만에 4배의 성장을 이룩했다.

인류문명의 발전은 에너지 사용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1900년 에너지 사용을 100이라고 한다면 1800년 에너지 사용은 31인 반면 2000년의 에너지 사용은 1천25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한 세기라는 짧은 시간 동안 GDP는 15배, 인구는 4배. 에너지 사용량은 13배 정도 늘어나면서 환경문제가 전례 없이 심화했다.

저자는 이처럼 토양과 대기, 수자원, 생물 분야에서 20세기에 일어난 변화를 살피고 나서 변화의 동력으로 인구성장과 도시화, 에너지, 과학기술, 경제, 사상과 정치 등 7가지 요소를 검토한다.

저자는 이 중 에너지체제와 과학기술의 발달, 경제체제가 20세기 급격한 환경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부자나라에서는 일찍부터 에너지집약적이고 기술집약적인 경제 구조 때문에 심각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을 경험했지만 그런 경제개발로 얻은 부와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20세기 중반부터는 환경문제에 더 본격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었다. 반면 빈국들은 삼림파괴와 사막화, 토양침식 등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성장에 대한 사람들의 강박 관념과 오랜 기간 냉전체제로 말미암은 안보불안도 환경파괴와 환경오염을 심화시킨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지목된다.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이동을 금지한 소련과 중국의 정책은 과도한 방목과 그로 인한 사막화를 불러왔다. 1960년대 중국의 집단농장화와 문화혁명은 결혼과 출산에 관한 압력을 높여 베이비붐을 불러왔고 이는 이후 중국의 심각한 환경문제에 큰 원인을 제공했다.

저자는 다른 환경 관련 책들처럼 선악의 관점에서 인류의 행동을 비판하지는 않지만 현재의 진행상황이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저자는 그러나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견딜 수 있는지, 앞으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구의 생태역사가 인류의 사회 경제사가 어떤 관계를 맺고 진행됐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사와 생태학 양자를 서로 통합한 시각에서 바라볼 때 가능한 미래에 대해 더 제대로 인식하게 될 것이고 더욱 바른 미래를 선택하며 최악의 상황을 더욱 수월하게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원제 'Something New Under The Sun'.

홍욱희 옮김. 688쪽. 3만8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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