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와 망각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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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하우스는 여러 실험을 통해 시간과 기억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그에 따르면 학습후 10분후부터 망각이 시작된다. 즉, 1시간 후엔 학습의 50%, 그리고 하루가 지나면 70%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이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 망각곡선이다. 그가 망각곡선을 통해 주장하는 바는 반복 학습의 중요성이다. 적절한 시기에 반복하는 것이 장기기억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유년시절 개에게 물린 경험 등은 쉽게 잊혀 지지 않는데 이 또한 반복학습과 관련이 있다. 개를 보면 그때를 떠올리는 식으로 특별한 경험에 대해선 우리 스스로가 특별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과거에 비해 우리 기억에 파고드는 특별한 일들이 많아졌다. 이런 일들이 넘친 탓에 우리의 기억은 이를 수용하는데 퍽이나 힘들어 한다. 물론 이런 일을 더 이상 특별하게 다루지 않아서다.

▲10대뉴스는 연말 언론의 단골메뉴다. 국내외 유수 언론은 앞 다퉈 저마다 한해에 있었던 핵심 10대 뉴스를 선정, 발표한다. 어김없이 올해에도 언론들은 이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10대 뉴스 중 일부가 우리 기억에서 멀어져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올해 10대 뉴스를 보고 “저 사건이 올해 발생했던 것 맞아”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다.

기자에게 있어 망각의 진행속도가 빠른 사건은 모 언론의 10대 국내 뉴스로 선정한 국보 1호 숭례문 화재였다. 이 방화사건은 새정부 출범을 앞둔 올 2월10일 발생해 다른 뉴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과의 거리가 멀었다.

▲올해 국내외 언론이 선정한 세계 10대 뉴스와 국내 10대 뉴스에 나란히 올라 있는 뉴스는 미국발 금융쇼크다. 제주일보 10대 뉴스에서도 세계 금융위기 여파인 ‘고유가 고환율 서민경제 위축’이 1위로 선정됐다. 이 뉴스는 우리의 피부에 직접 와 닿을 뿐만 아니라 계속 진행되고 있다. 망각곡선으로 보면 이 뉴스는 학습 후 10분도 지나지 않아 망각이 시작되지도 않았다. 이 경우 망각의 시작은 시간이 아니라 경기회복의 조짐이다. 경기회복만이 망각을 도울 뿐이다. 그래서 내년 이맘때쯤 ‘위기극복’이 10대뉴스 1위에 선정되기를 고대해본다.<현창국 e-news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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