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을 받들어 섬기는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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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가 당선되었습니다. 전세계 사람들 대부분이 환호하고 열광하였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감격에 겨워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특히, 그동안 미국에 맞서 싸우던 몇몇 이슬람국가마저 환영하고 나섰습니다.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극적인 한편의 드라마와 같습니다. 까만 피부색을 갖고 태어나 가난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극심한 열등감과 정체성의 혼란 속에 방황하며 보냈습니다. 이런 그가 백인중심의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하여 급기야는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이는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전세계인들이 보여준 열광적인 환호와 기대는 이것을 뛰어넘습니다.

그것은 한 개인의 성공을 넘어, 인류 초강대국을 이끌어갈 지도자의 비전과 자질 때문일 겝니다. 그는 선거기간 내내 ‘지치지 않는 희망’을 역설했습니다. 이는 세상에 대한 꿈이요, 그 꿈은 더 이상 불평등과 부조리를 겪지 않고 상생과 화합을 이루는 새로운 세상을 말합니다. 이에 컬럼비아대학 역사학 교수인 앨런 브링클리 박사는 그를 “미국 역사상 위기와 침체의 시대에 도전과 희망의 리더십으로 미국을 변화시킬 인물”이라 말합니다. 이제 검증대에 오른 그의 지도력에 한껏 기대를 표하면서 새삼 지도자의 중요성을 되새겨 봅니다.

지도자는 직책의 경중을 떠나 그 자리가 어떻든 백성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백성 위에 군림하기 보다는 섬기는 자세(Servant leadership)로 봉사해야 합니다. 깊고 넓은 혜안으로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백성들을 상생과 화합의 길로 이끌어가야 합니다. 자신의 이익과 영달을 위해 자리를 지키기에 급급하거나 직책을 남용해서는 안됩니다. 또한 당장 현실의 이익을 위해 더불어 공유해야 하는 보편적 가치들을 쉽게 외면해서도 안됩니다. 부메랑이 되어 반드시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백성들에게 아픔과 상처를 줍니다. 결국 이는 백성은 물론 지도자 자신에게 있어서도 불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대로운 지도자는 백성들에게 있어 기쁨이요 희망입니다. 이는 지도자 자신의 자질과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백성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선, 백성은 세상의 인연에서 벗어나 두 눈을 부릅뜨고 제대로 지도자를 선출해야 합니다. 이는 백성의 막중한 책무이며 이를 소홀히 하여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또한 백성은 지도자가 하는 일에 옥석(玉石)을 가려 낼 줄 알아야 합니다. 이에 잘한 것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며, 못한 것은 애정어린 충고와 비판도 서슴치 않아야 합니다. 백성들의 소리에 애써 귀를 막고 민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깨어있어야 합니다.

이럴 때 지도자는 백성들을 쉽게 여기지 않고 백성을 주인으로 받들어 섬기며 백성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일에 전념할 것이며, 이로써 백성들은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포부를 갖고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고병수 신부·천주교 제주교구 사목국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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