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으로 2년째 출근길 아침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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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자동차 김익수 과장 성실로 불황 돌파 200여 대 판매

“영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죠. 포기하지 말고 끈기를 갖고 최선을 다하면 못할 것이 없죠.”

외환위기 이후 또 다시 불어 닥친 불황으로 모두가 힘들고 어렵다고 한숨을 쉬지만 르노삼성자동차 제주지점 김익수 과장(37)은 숨 돌릴 여유도 없이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호텔 객실매니저를 접고 2005년 말 자동차 영업사원이 된 그의 고민은 “어떻게 나를 알릴 것인가”였다. 이듬해 7월 그는 스파이더맨 가면과 거미줄이 그려진 빨간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섰다.

스파이더맨으로 변신해 출.퇴근길 시민들에게 2년 넘게 인사하고 있는 자동차 세일즈맨 김익수씨.
오전 7시15분부터 한 시간 동안 옛 제주세무서 사거리에서 연신 손을 흔들며 출근길 시민들에게 아침인사를 한 것이 벌써 2년하고도 6개월이 됐다.

“첫 10일 동안은 창피해서 손도 흔들지 못하고 바로 회사로 들어 왔죠.” 거리인사가 서툴어서 기죽어 지낼 때 대학생들이 환호를 하며 그를 반겼다.

멋있고 대단하다며 칭찬을 해 준 것에 자신감을 얻은 그는 결심을 했다.

‘한번 할 것이면 끝까지 하자’고 그리고 ‘남들처럼 해서는 영업사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터득한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일 아침 스파이더맨으로 변신했다.

여름에는 땀에 젖고 겨울에는 추위에 떨어야 했지만 스파이더맨의 아침인사는 변함이 없었다.

‘두 석 달하면 그만 하겠지’라던 사람들은 이제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는 그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정서가 불안한 몇 몇 아이들이 매일 아침 스파이더맨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불안감을 해소 해줬기 때문이다.

그의 열정적인 노력과 이색적인 영업 전략에 증권회사에서는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으며 보험회사와 호텔 등에선 영업마인드를 배우기 위해 그에게 강의를 부탁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거미줄을 쏘아 달라’며 응석을 부릴 정도로 그는 인기를 끌고 있는데 도남초등학교에선 교장이 직접 나서서 지난해 운동회에 스파이더맨을 초청하기도 했다.

매일 아침인사를 하는 동안 자동차 매연 때문에 가면 속 낀 마스크는 검은 때가 묻어 나왔지만 사람들에게 신선한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한 그의 영업실적은 어떨까.

그는 영업사원 3년 만에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했다. 본사에서는 그에게 남들보다 빠른 승진을 했다며 진급 트로피를 보내주면서 축하를 해줬다.

그가 판매한 자동차도 200여 대가 넘어섰다. 일주일에 2, 3대를 판 것인데 이 같은 실적은 10년차 자동차 세일즈맨들이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김 과장은 결코 스파이더맨 때문에 성공했다고 보지 않는다. 실제 영업소에 스파이더맨을 찾아 차량을 산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신 한번 맺은 인연에 대해선 고객과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고객에게 차량을 건넨 순간 사후 관리프로그램을 가동해 엔진오일을 교환하는 날짜는 물론 차량 점검날짜를 알려주고 바쁜 일이 있는 고객을 대신해 직접 차량을 손봐주기도 한다.

고객의 경조사는 물론 생일, 집안의 일까지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에다 차량에 대해 잘 모르는 여성 고객을 위해서는 작은 접촉사고로라도 직접 현장에 달려가 필요한 도움을 주고 있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안정이 됐고 입사 때보다 두 배나 더 많은 연봉을 받게 된 김 과장은 “처음엔 가족과 친구들조차 스파이더맨이 김익수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과감한 스타일 변신으로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에 한 걸음씩 다가갔다”면서 “새해에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좌동철 기자>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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