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만큼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선거에 비해 일반 도민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그런데 이런 대학 총장선거가 지금 엉뚱한 방향에서 시선을 끌고 있다.
다름 아닌 성숙한 민주 시민을 키워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짊어질 제주대 총장 선거가 과열 혼탁으로 얼룩지고 있는 것.
대학의 미래를 위한 정책대결은 뒷전이고 온갖 모략과 중상 등 음침한 ‘네거티브 전략’이 판을 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상대 후보를 해코지해서 통쾌하게 한방에 KO시킬 것인가 밤낮으로 골몰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교수와 직원들마저 이편저편으로 나뉘어 선거운동에 나서고, 혈연 지연 학연을 내세운 인사들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인의 손으로 총장을 직접 선출해 대학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하자는 게 총장 직선제의 대의(大義)였다.
하지만 지역사회가 우려할 정도로 그 혼탁함이 저질(低質) 정치판을 닮은 양상이다.
제주대 총장임용추천위원회가 그제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 흠집 내기, 허위 사실 유포 등 ‘네거티브 방식’의 선거운동을 자제해 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하기까지 이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위원회는 또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제주대의 위상이 매우 중요하고 도민들의 기대 또한 막중하다”며 선거 혼탁으로 “대학 이미지가 큰 손상을 입고 있다”고 우려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총장 후보들은 물론이고 대학인 모두가 자성(自省)해야 마땅하다.
이러고서 어떻게 우리 사회의 지성을 대표한다고 자부할 수 있겠는가.
정상배(政商輩) 뺨치는 행태로 도민을 실망시키고 대학을 파멸시키는 자충수(自充手)를 두는 그런 참담한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총장은 학교의 대표를 넘어서 지성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진다.
그래서 총장선거는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선거와는 달라야 한다.
대학과 대학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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