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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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후세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시대가 열렸다.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 앞에 200여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제44대 신임 대통령 취임식은 전 세계인의 주목한 일대 사건이었다.

인종차별의 역사를 딛고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새롭게 보게 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이 일방 외교, 패권 외교의 길을 걸으며 독주할 때 미국은 세계 유일의 거대 강국의 힘을 지닌 나라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을 당선시킨 미국은 또 다른 저력을 지닌 거대 국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부시 시대의 억압적 분위기에 실망한 미국인들이나 9·11사태 이후 더욱 노골화된 미국의 일방주의에 분노하던 미국 바깥세계의 사람들에게도 오바마 대통령의 탄생과정은 미국을 단순히 강권적 제국주의 국가로만 단정지을 수 없게 만들었다.

개인적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났을 지라도 인종적·사회적 소수자 출신의 인물이 민주적 절차를 거쳐 그 나라 최고 지도자의 지위에 오른다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당선은 많은 지구인들에게도 희망과 긍정의 경험을 선사하였다.

실의와 낙담, 좌절과 침체의 시대에 이것은 물론 아름답고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선거구호로 내걸었던 ‘변화’가 미국과 세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실상 미지수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은 미국에 있어 하나의 변화라고 말할 수는 있다.

잭슨 목사가 말했듯이 그것은 마르틴 루터 킹 이래 40년에 걸친 고난과 투쟁의 결실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체제 자체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다만 흑인집단이 본격적으로 제도권에 진입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물론 그는 미국사회의 소수자임에 틀림없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흑인에서 찾았다. 그런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나라는 과연 때때로 그밖의 다른 모든 악덕이 무색해 보일 만한 미덕을 가진 나라이다.

오바마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스스로 얘기 했듯이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경제침체,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에서 시작된 군사문제일 것이다.

임기 4년 동안에 그 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기초를 닦고 다수 미국인들의 가슴에 확실한 희망을 갖게만 할 수 있어도 그는 성공한 대통령일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문제는 단순히 경제나 군사 분야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반도의 운명에 있어 미국의 위치는 가히 절대적인 것이었으며 지금도 동맹국 미국은 우리에게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이다.

또 그리스, 이라크, 이란, 이스라엘, 칠레, 베트남, 기타 수많은 나라들의 현대사는 어떤 의미에서 미국사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런데 미국이 정치적·경제적인 측면에서뿐 아니라 정신적·도덕적인 측면에서 감출 수 없는 쇠퇴와 몰락의 징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이 등장한 오바마가 이끄는 미국이라는 거함의 항로에는 어느 정도의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오바마가 대통령 취임사에서 말한 근면과 정직, 용기와 공명정대한 행동, 인내와 호기심, 충성심과 애국심이라는 오래된 가치가 미국인들 앞에 새롭게 놓인 도전 과제를 풀어갈 성공열쇠가 될 수 있을까.

백인 주류사회가 지배하고 있는 시대에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미국이라는 나라의 앞날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도 바로 11개월전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고 많은 국민들이 희망과 기대를 품고 새출발의 다짐을 했건만 아득한 옛날일이 되어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강영진 정치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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