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들 "가족과 함께 하는 설 명절 즐거워요"
이주여성들 "가족과 함께 하는 설 명절 즐거워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제주다문화가정센터, 전통음식과 민속놀이 등 흥겨운 잔치 마련

27일 '다문화 설잔치' 행사가 열려 도내 이주여성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정이근 기자>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맞아 국제결혼으로 제주에 정착한 이주여성들을 위한 한마당 잔치가 열렸다.

다양한 피부색의 이주여성들은 명절에도 고향에 갈 수 없는 외로움이 있지만 남편과 자녀들과 함께 하는 ‘다문화 설 잔치’를 통해 모두가 즐겁고 풍요로운 설을 맞았다.

27일 제주다문화가정센터(회장 오명찬)가 마련한 행사에는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등에서 온 이주여성과 가족, 외국인 근로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통음식인 떡국을 만들고 윷놀이,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를 즐기면서 새해를 맞았다.

특히 이주여성들은 자신의 고향에서 명절에 먹는 음식을 만들어 나눠주면서 눈길을 끌었다.

새우와 다진 돼지고기, 야채 등을 얇은 쌀 피에 싼 베트남 쌈인 ‘바이차이’를 만든 고엔티씨(한국명 김지민.37)는 “베트남에선 일년 중 유일한 명절이 설 명절인데 한국처럼 온 가족이 모여서 음식을 먹고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낸다”고 말했다.

고엔티씨는 이어 “베트남에선 설 명절에 그 해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중요한 날이어서 쌀국수와 함께 쌈 요리를 해서 다 같이 나눠먹고 이웃들과 함께 하면서 행운을 빈다”고 밝혔다.

3년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제주에 시집 온 최 이리나씨(25)는 축제 때 만들어 먹는 ‘블리느’란 음식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최씨는 “밀가루, 계란, 우유, 다진 고기 등을 넣어서 만든 ‘블리느’는 한국음식인 부침개와 비슷하다”며 “남편과 딸도 함께 고국의 음식을 만들고 설을 맞이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설에 만두를 빚어서 먹는다고 밝힌 최명선씨(43)는 “4년 전 연길에서 시집을 온 후 지난해에는 관절염을 앓던 친정어머니까지 제주에서 모시게 되면서 설 명절을 온 가족이 함께 보내게 돼 더는 바랄 것이 없다”며 행사 내내 웃음꽃이 활짝 폈다.

최씨는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순박한 사람들이 많아서 제주에 시집을 온 것이 매우 기쁘다”며 “중국에서 설에 먹는 만두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당면은 들어가지 않고 맵지 않아서 누구나 좋아 한다”며 먹음직한 만두를 내놓았다.

이날 이주여성과 더불어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17명도 ‘깜짝 초대장’을 받아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 근로자들은 베트남 쌈을 먹으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랬고 동향인들을 만나 모처럼 수다를 떨고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오명찬 회장은 “외국인 여성들과 결혼한 남편들이 십시일반 회비를 내서 잔치를 마련했다”며 “모두가 행복하고 풍성해야 할 명절에 외국에서 온 이주여성들은 외롭게 지내는 경우가 많아 이들 모두가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해마다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여성들과 그 가족들은 이날 한국 전통음식을 비롯해 각국의 음식을 맛보면서 정보를 교환하는 한편 노래자랑에 이어 푸짐한 경품도 받으면서 다른 피부색과 나라, 문화를 잊고 모두가 하나가 돼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좌동철 기자>roots@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