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입을 열면 크든 작든 파장이 인다. 대중정치인으로서 박 전 대표가 갖는 장점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 의원들과 2일 오찬을 앞두고 다시 박 전 대표의 입이 주목된다.
이 대통령과 당 중진간 신년 인사회 성격의 모임이지만 결국 핵심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8개월만의 회동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단독회동 이후 사실상 자리를 함께한 적이 없는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주고받느냐에 따라 여당내 명실상부한 양대축인 친이-친박 진영간 냉기류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
임시국회 개회식을 감안해 오전 11시30분께 시작하는 오찬은 일단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인사말과 건배사로 시작된 뒤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신년인사를 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외형상으로는 박 전 대표에게 깍듯한 예우를 갖췄다.
박 전 대표 발언은 오찬 마지막 순서에 잡혀있고, 뒤이어 이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는 마무리 발언을 할 예정이다.
좌석 배치도 이 대통령 옆자리에 박 전 대표 자리를 마련했고, 공교롭게 이날 57번째 생일을 맞은 박 전 대표를 위해 간단한 축하 케이크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신년 인사회라는 모임 성격을 감안, 구체적인 현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진다. 대규모 회동인 만큼 속깊은 대화가 오가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다.
다만 큰 틀에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수준의 발언을 준비하되, 원칙적인 '한마디'는 할 것이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정색하고 냉기류를 형성하지도 않겠지만 연말 쟁점법안 처리 과정 및 용산 사태 등을 비롯해 지난 1년간 국정에 우려가 깊었던 만큼 침묵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신년을 맞아 대통령이 중진들과 오찬하며 덕담하는 성격인 만큼 현안을 이야기하는 분위기는 아닐 것"이라며 "박 전 대표도 그 연장선 상에서 발언할 것이고, 다만 지극히 원칙론적인 이야기를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동을 통해 양측 관계에 어느 쪽으로든 의미있는 변화가 발생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부르다보니 박 전 대표가 포함된 것이지, 주최측에서 신년인사 이외의 정치적 의미를 처음부터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별도의 단독회동 기미도 없다.
또 다른 측근은 "밖에 보여지는 것 때문에 배려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지, 모임 자체가 두 분의 만남에 포커스가 있었던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청와대에서 그런 정치적인 부분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임시국회 시작과 함께 박 전 대표가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해 어떤 행보를 취할지도 관심거리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언론관련법 등 일부 법안에 대해선 내용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측근들은 "박 전 대표는 당분간 조용히 국정을 지켜본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무조건 조용히 있을 때는 지난 것 아니냐"며 여운을 남겼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에서 "우리 모두가 맡은 일에 충실할 때, 우리나라는 그것을 바탕으로 튼튼한 기초를 가질 수 있다"면서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조금씩 이해하고 양보한다면 주고받는 정 때문에 살아가는 기쁨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