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이달 말까지 집을 비우라는데 일거리는 없고 한숨만 나왔죠"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반지하 단칸방에 살고 있는 김모(52.여) 씨 모녀.
김 씨는 2003년 남편과 이혼 후 10세 딸과 함께 전라북도 남원을 떠나 인천으로 왔다.
'노력하면 잘살게 될 것'이라 굳게 믿었던 김 씨는 식당보조, 건설현장 막노동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갔지만 사정은 점점 나빠졌다.
지난해 추석 때부터는 일거리가 아예 끊겼고 이웃들로부터 쌀, 반찬 등을 지원받아 겨우 생활하고 있는 형편이다.
전기, 가스 요금은 3개월째 밀렸고 보증금 200만원, 월세 22만원을 못 내도 그동안 잘 참아주던 집 주인은 이달 말까지 방을 빼라며 독촉 전화를 걸어오고 있다.
김 씨는 지역 동사무소를 찾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얼떨결에 이웃에게 받아 묵히고 있던 1999년식 승합차 1대가 발목을 잡을 줄 몰랐다.
그는 "이웃이 장사라도 해보라며 넘겨준 중고 차량인데, 장사 밑천이 없어 차를 활용도 못하고 교회 봉사활동에 갈 때만 간간이 써오다 차가 있으면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될 수 없다고 해 어제 75만원을 받고 팔았다"고 말했다.
엄마의 딱한 처지를 보다 못한 초등학교 3학년 딸은 지난달 16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지난해 5월 '대통령 할아버지께'로 시작하는 첫 편지를 쓴 김모(10) 양은 1개월 만에 이 대통령으로부터 답장이 오자 다시 용기를 내 펜을 든 것.
이 편지 한 통으로 이들 모녀는 5일 오전 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받는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안양시 보건복지종합상담센터인 129콜센터에서 주재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김 양의 편지를 소개했다. 대통령은 "신 빈곤층의 사각지대를 찾아내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일자리 창출로, 그 중에서도 신 빈곤층에 대한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김 씨 모녀와 같은 '신 빈곤층'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주문했다.
김 씨는 "대통령께서 '딸이 기특하다.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관할 구청과 상의해서 도와주겠다'고 말했다"면서 "국정 운영으로 바쁘고 머리 아프실텐데 저희까지 신경 써주시고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릎 관절이 좋지 않지만 운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차량 운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며 "차를 팔았으니 이제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돼 딸과 함께 힘을 내서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