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의 체력 단련은 지식과 인격 수양과 더불어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다. 젊은 시절에 단련된 체력은 일생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입시교육에만 매달리면서 체력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체력검사에서 최상위 등급인 1급을 받은 학생비율은 2005년 16%, 2006년 13.3%, 2007년 10.8%로 매년 3%포인트 가량 줄었다. 반면에 최하 등급인 5급인 경우 2005년 16%에서 2006년 18.4%, 2007년 23.6%로 늘었다. 이같은 사정은 제주도내 학생들도 비슷하다. 지난해 표본학교를 대상으로 학생신체능력검사를 실시한 결과 양호 판정에 해당하는 1∼3급 비율은 56.0%, 부진 평가인 4∼5급비율은 44.0%에 달했다. 전년도에 비해 1~3급 학생비율이 1.1%포인트 증가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절반 가까운 학생의 체력이 ‘약골’로 판정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체력이 좋은 학교운동부선수에는 학력 향상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대한축구협회 등의 주최로 열린 ‘공부하는 축구선수’ 육성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한 정부 관계자는 “축구선수로 활동하다 실업·프로팀으로 진출하는 건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95%는 다른 길을 찾지만 교육 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아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렵다”며 학교운동선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제주도교육청이 발표한 ‘학생건강체력 증진 및 초등학교 무예 수련 대책’과 ’학교 운동부 정상화 방안‘은 환영받을 만하다. 이 방안은 전통무예 활동 지원, 줄넘기 등 생활화, 초·중학교 운동부 합숙훈련 전면 금지, 정규수업 이수, 수업결손 시 보충수업 의무화 등이 주요 골자이다.
문제는 일선 학교 현장의 실천과 교육당국의 지속적인 지원, 가정의 관심이다. 현재의 학생들이 주역이 될 15∼20년 이후를 생각하면 소홀히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 시대에는 현재보다 지덕체의 조화를 바탕으로 한 창의성과 감성, 도전정신, 협력정신, 리더십 등이 더욱 중요시 될 것이다.
우선 공부벌레들에게는 체육활동에 흥미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공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운동 등 다른 방법으로 풀고 평생 살아갈 수 있는 건강의 밑천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최근 미국 한 교회에서 한인들에게 한 강연을 통해 “우리나라는 지덕체, 지덕체하는데 영국은 체덕지가 교육철학이다.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며 “강인한 체력없이 훌륭한 지도력이 안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에 영국의 이튼스쿨을 방문했을 때 추운 날씨에도 학생들에게 진흙탕 레슬링을 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운동선수들에게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정규수업 수강은 물론 학력향상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더 이상 운동선수들에게 공부가 뒷전이어서는 안된다.
올해는 학교 현장에 공부벌레와 운동선수 모두가 ‘윈-윈’하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으면 한다.<고동수 교육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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