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도로에 배수관이 설치돼 있는데도 철거한 후 새로운 배수관을 설치하려다 적발되는 등 그 유형도 정말 가지각색이다.
도민의 혈세가 줄줄이 새나가고 있는 현장을 보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관급공사 예산낭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그런데도 개선되지 않고 그 실태가 매우 뿌리 깊고 재정이 악화되든 말든 고질화되는 느낌이어서 우려된다.
최근 제주도 재정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재정자립도는 2007년 26.4%로 20%대로 추락한 이후 2008년에는 더 떨어져 25.9%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53.9%)의 절반에도 못 미쳐서 그야말로 정부 보조 없이는 꼼짝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무원들이 관급공사를 무책임하게 발주하면서 예산을 제 쌈짓돈 쓰듯 낭비하고 있는 것은 혈세를 ‘눈 먼 돈’ 쯤으로 아는 인식 때문이다.
누차 강조해 온 일이지만 예산낭비는 고스란히 도민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
도민 혈세가 이런 식으로 줄줄이 새는 것을 어떻게든지 막아야 한다.
관급공사 예산낭비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無) 책임성에 있다고 할 것이다.
감사위원회도 예산낭비 부분을 시정 권고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그 책임을 물어 처벌을 요구해야 마땅하다.
갖가지 예산낭비가 횡행하는데도 예산정책결정자나 집행자가 책임지는 경우가 사실상 거의 없는 시스템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예산낭비를 견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개선도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실명제 예산제도’를 바탕으로 책임을 묻는 성과주의 예산체계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도민들은 경제난에 울고 있는 데 공직사회가 혈세를 흥청망청 써서야 되겠는가.
공무원들이 변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