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경기침체 여파 공사장 막일도 구하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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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새벽 인력소개소 일감 얻지 못한 인부들 생계 막막

“요즘 일거리가 없어서 방값도 내기 힘들어…그래도 용역회사(인력소개소)에 나와야 세끼 밥이라도 챙겨먹지.”

16일 오전 6시 제주시 서사로 옛 성모의원 사거리에 있는 G인력소개소. 공사현장 등에서 하루 품삯을 벌기 위해 새벽잠을 포기하고 나온 일용직 노동자들의 얼굴은 어두워 보였다.

일거리가 많지 않아도 하루 40여 명이 이곳에 몰리는 이유는 그날 일한 품삯(일당)은 외상없이 현금으로 바로 주기 때문.

오전 5시30분에 문을 여는 인력소개소는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부들을 차례대로 보낸 후 두 시간 정도 지난 7시30분에 문을 닫는다.

공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김모씨(51)는 “예전에는 공사판에서 막노동할 사람들을 구하지 못해 한번 현장에 배치되면 두, 석달은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3일 이상 일을 하기 힘들다”며 담배를 피우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불황의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공사판 노동자 등 취약계층들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경기침체로 건설 현장마저 감소하는 가운데 영세 자영업자들은 사업 실패 후 건설현장 잡부로 내몰리고 있으나 정작 일감마저 줄어들었다는 것.

실제 이날 인력소개소를 통해 들어온 일거리는 모 사찰의 조경공사, 세화에서 벌이지고 있는 무 세척, 이삿짐 나르기, 건물 청소 등이었고 공사현장은 단 2곳뿐이었다.

청소일은 일당 6만원, 세척한 무를 나르는 일은 7~8만원을 받을 수 있다.

새벽잠을 설치며 기다린 끝에 현장에 나간 인부는 25명 정도. 나머지 10명은 일감이 주어지지 않아 발길을 돌려야 했다.

3년째 공사장에서 일해 왔다는 이모씨(45)는 “시멘트와 모래를 섞으며 삽질하는 일이 힘들어도 일당을 많이 줘서 그럭저럭 살만했는데 요샌 일거리가 없어 살기가 막막하다”면서 “관청에선 조기발주로 많은 돈을 풀었다는 얘기가 도는 데 공사현장은 갈수록 썰렁하다”며 답답함을 내비쳤다.

일당 10~12만원을 받는 용접공들도 최근 일감이 부쩍 줄면서 이삿짐을 나르거나 건물 청소 등 막일도 감지덕지하며 용역 호출에 응하고 있다는 것.

고승칠 인력소개소 사장(60)은 “건설현장이 살아나지 않아 인력시장도 침체를 겪는 것은 IMF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라며 “일감을 찾지 못해 집으로 돌아간 인부들은 다음날 또 오면 현장에 우선 배치해 이틀에 하루는 일당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부 공사장은 그날그날 일당을 지급하지 않고 장부거래를 하면서 부도로 인해 지금까지 받지 못한 인부들의 품삯도 1000만원에 달하고 있다”면서 “인력을 소개해주고도 돈을 떼이는 경우가 많아 일부 공사현장은 신용정보를 한 후에야 인부를 제공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좌동철 기자>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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