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기경-전직대통령 다양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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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환 추기경은 1969년 추기경에 임명된 이후 70~80년대 격동의 시대를 겪으며 세속권력의 정점인 당대 대통령들과도 다양한 인연을 가졌다.

전직 대통령 중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야 지도자 시절부터 서로 민주화운동을 상의할 정도로 각별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추기경은 김 전 대통령이 1976년 명동성당 앞 3.1 구국선언 사건으로 투옥됐을 때 직접 면회를 가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했고, 김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됐을 때 당선 미사를 베풀었다.

▲ 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김수환 추기경이 16일 오후 6시12분께 강남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ㆍ서거를 뜻하는 천주교 용어)했다.사진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찬 전 악수하는 모습.<연합뉴스>

김 전 대통령은 16일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들은 뒤 큰 안타까움과 애도의 뜻을 표시하면서 17일 직접 조문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 측은 "군사독재 시절부터 김 추기경은 강력한 지지자였고 후원자였다"며 "김 전 대통령은 군사독재와 싸울 때나 중요한 결단을 할 때 항상 김 추기경과 의논했고, 신앙인으로서도 정신적 유대가 남달랐다"고 전했다.

민주화에 헌신했던 김 추기경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대립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가장 뜻깊은 기억으로 꼽고 있다는 전언이다.

1974년 지학순 주교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구금됐을 때 김 추기경은 박 전 대통령을 만나 지 주교를 풀어줄 것과 사형선고를 받은 유인태, 이 철 전 의원 등의 감형을 주장했고, 박 전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김 추기경은 훗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제3기 집권 욕망을 꺾고 나머지 과제를 후임자에게 넘겼더라면 지금쯤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국부가 됐을 것"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김 추기경은 1980년 1월1일 새해 인사차 방문한 전두환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에게 "서부 활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서부영화를 보면 총을 먼저 빼든 사람이 이기잖아요"라고 쓴소리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임기 후반부에 김 추기경을 만났을 때 "주위에서도 (권력을) 놓지 말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나 저는 내놓을겁니다"라고 말해 권력무상을 실감케 했다고 한다.

김 추기경은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국가 원로로서 자리를 함께 하기도 했지만 개인적 인연은 깊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추기경은 1992년 김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되자 "아, 이제 목소리를 높여 민주화를 촉구하지 않아도 되고 정권과 팽팽하게 대립할 필요도 없겠구나"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또 2003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에는 "노 당선자도 세례를 받았으니 신앙을 다시 찾아 이 어려운 시기에 하느님께 기도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믿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1986년 부산 당감성당에서 영세를 받아 `유스토'란 세례명을 얻었으나 신앙생활을 하지 않은 부분을 언급한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날 공식반응은 내놓지 않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내 애도의 뜻을 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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