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과 손님은 3일이면 냄새가 난다
생선과 손님은 3일이면 냄새가 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세계적으로 우리의 눈과 귀를 멀게 했던 이라크 전쟁이 예상을 깨고 20여 일 만에 사실상 막을 내렸다. 미국측에서 보면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 수호와 반(反)테러리즘이라는 두 가지 명분을 국제사회에 적용한 전쟁이었지만, 길 가는 어린 아이에게 물어봐도 국익을 위한 전쟁이었음을 부인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전쟁은 미국의 승리로 끝이 났고, 지금은 소위 말하는 선진국들의 국익을 위한 광란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전쟁 기간 평화를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반대하고 나섰지만 평화의 섬을 운운하는 제주도에서는 어느 누구 하나 전쟁에 대해 양심적인 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어 지식인이 실종된 섬이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냄새나는 전쟁이었고, 냄새나는 섬에 나는 오늘도 살고 있다.

또한 아시아가 붕괴되고 우리 모두가 죽을지도 모를 것이라고, 싱가포르 총리가 지적하고 있듯이 지금 우리는 이라크 전쟁보다도 더 위험한 괴질 즉,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으로부터 해방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수준이다.

사스 면역대책 세워야

최근 관광업계의 분석경향을 보면 이러한 틈을 타 중국이나 홍콩으로 가야 할 관광객들이 제주도로 발길을 돌려 제주관광이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방역대책 하나 마련하지 못한 시점에서 순간 눈앞의 이익만을 내다보는 현실이 차마 슬퍼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물론 많은 관광객들을 제주도로 유치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은 관광객을 제한하면서라도 도민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괴질로부터 자유스러운 섬이 될까 하는 면역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관광업계의 얄팍한 상술이 제주도를 죽음의 섬이란 냄새나는 오명을 남기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섬 내부로 눈을 돌려보자. 최근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新)국토관리전략에 포함될 전망이어서 제주도가 축제 분위기다. 얼마나 훌륭한가. 그동안의 노고와 로비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과연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것인지 다음의 얘기를 들어보자.

며칠 전 오래간만에 고향을 찾았다. 한숨을 쉬며 막걸리 한 잔하는 동네 어른들과 담소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야, 강 박사! 요새 촌에 사람들이 어떵 살암신지 알암시냐. 죽지 못해영 살암쪄. 죽지 못해영.” 나는 오래간만에 고향을 찾은 죄책감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무사 마씨?” 하시는 말씀인 즉, “과수원을 폐원시켜 무슨 농사를 어떵 해야 할지 모른 것은 둘째치고 모든 밭(田)이 담보로 잡혀 돈을 빌릴 방법이 없고, 자금 사정이 악화돼 차라리 죽주, 죽어”, “아니민 이신 돈 다 터렁 시에 강 단란주점이나 괘기집이라도 해보카이”라는 한숨 서린 얘기였다.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막상 동네 삼촌이 울먹이며 말을 할 적에는 가슴에 흐르는 뭉클한 감정을 속일 수가 없었다.

평화의 섬 되길

우리는 어디로 항해하고 있는가. 나침반은 있는가. 나침반을 볼 줄 아는 선장은 어디에 없는가. 선원들은 그를 따르는가. 물결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선장은 비상시에 대비해 허리에 권총이라도 차고 있는가. 제주도가 비상사태다. 안심할 때가 아니다. 사스 공포, 농가 부채, 어음 부도율, 대학 실업률, 폐감촌(廢柑村) 신세, 하하하(下下下)….

생선과 손님은 3일이면 냄새가 난다고 했다.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 높이지 못하고, 제주도민들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할 때 제주도는 썩은 생선, 귀찮은 손님으로 전락해버릴 것이다. 썩은 냄새가 아닌 사람 냄새가 나는 평화의 섬 제주도가 되기를 바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