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서약 장면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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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추기경 안과 주치의 김재호 박사

 "1990년 1월5일이었지요. 그때 안구를 기증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지난 16일 선종하면서 안구를 기증해 마지막까지 `사랑'을 실천하고 떠난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눈을 25년 가까이 돌본 김재호(73) 명동안과병원 원장이 19일 빈소가 차려진 명동성당을 찾았다.

김 원장은 강남성모병원 안과과장으로 재직하던 1990년 1월5일 김 추기경으로부터 `헌안(獻眼)서약서'를 받은 장본인이다.

그는 "당시 천주교 서울교구의 장기기증 캠페인인 `한마음 한몸 운동'에 많은 성직자와 시민들이 참여했고, `안(眼)은행장'이었던 내가 추기경님을 설득했다"며 "그래야 사람들이 감동을 받아 캠페인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 추기경은 `나이가 많고 근시인데 괜찮겠냐'고 물었고, 김 원장이 `문제가 없다'고 하자 며칠간 고민하다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가톨릭중앙의료원 임원의 신년하례식에 참석해 헌안서약서에 서명했다고 한다.

김 원장은 "고민을 많이 하셨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막상 서명을 할 때는 흔쾌히 하셨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며 "이번에 세상을 떠나시면서 귀한 눈을 노인 두 분께 드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이 김 추기경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80년대 중반.

그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1985년이었던 것 같다. 당시 눈이 불편하신 김 추기경님을 수녀님들이 모시고 성모병원에 오셨는데 진찰해보니 백내장이 있어서 수술을 해 드렸던 적이 있다. 그때부터 주치의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또 다른 인연도 소개했다.

1986년 자신이 다니던 서울 방배동성당 새 성전을 신축하는데 기금이 모자라 바자를 열었는데, 바자에 내놓기 위해 김 추기경에게 붓글씨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당시 성당 사목위원들과 함께 붓과 먹물을 준비해놓고 추기경님을 방배동의 한 중국음식점에 모셔서 도와달라 부탁을 드렸더니 처음에는 거절하시다가 2개를 마지못해 써주시더라"고 회상했다.

당시 김 추기경이 쓴 글씨는 `눈은 마음의 등불'이라는 구절이었다.

김 원장은 "이를 바자에 당시로는 거금인 50만원에 내놓았는데 끝내 팔리지 않아 결국 내가 2개를 모두 샀다"라며 "추기경께서 붓글씨를 쓰신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1987년 12월12일 방배동성당 새 성전 신축 기념 미사를 직접 집전하며 인연을 이어갔다고 김 원장은 전했다.

김 원장은 "평소에 남을 위해서는 희생하고 베푸시던 분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참 둔감하고 소홀히 하지 않으셨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참 자상하고 아시는 것도 많은 분이었다. 돌아가시니 눈물이 참 많이 난다"고 슬퍼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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