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은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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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즐비하게 피어 있는 봄꽃무리 사이로 관광객 물결이 출렁이고 있는 제주도는 느닷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더도 덜도 말고 늘 이 정도면 어떨까 하는 욕심도 나올 법하다.

하지만 밀물 같은 저 관광객들은 어느 날 썰물처럼 어디론가 몰려갈 것이다. 그렇다고 관광객을 원망할 수도 없다. 전쟁 때문에 혹은 사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왔다고 한들 관광객은 늘 정당하다.

아무리 여행하고픈 욕심이 있다 하더라도 누구든 위험을 무릅쓰고 안전하지 못한 관광지를 찾아 나서지 않는다. 극한 상황을 마다않는 탐험가라 하더라도 전쟁과 질병을 무시하고 기록에 도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종군기자이거나 의사들 중에는 사명감 하나만으로 그 위험한 곳을 일부러 자원해 찾아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고 이것을 가치관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시공간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에 차이가 날 뿐이다.

탐험가는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기 위해 떠난다. 종군기자는 전쟁터의 리얼한 특종을 좇아 포연 속으로 들어간다. 의사는 슈바이처가 그랬듯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행하러 오지를 향해 출발한다. 그들은 소명의식이 있고 대의명분이 있다.

한편 관광객은 일상성으로부터 해방을 위해 여행지로 향한다. 도시에서 얻을 수 없는 비일상적인 환경을 찾아 심신의 긴장을 풀고 재생산 활동을 하기 위해 안식도 하고 자극을 즐기기도 한다.

비록 관광객은 소명의식과 대의명분은 없다 치더라도 자신과 가족을 위해 충실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일상생활을 떠나 자연과 문화적 분위기에 취하거나, 체험을 통해 인간 회복의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결국 개인적인 에너지 충전을 토대로 사회경제적 순기능에도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관광은 기록도, 특종도, 헌신도 아니지만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관광은 소극적인 시간 낭비도 아니고 단순한 놀이 행태도 아닌 것이다.

때문에 소중한 시간과 경비를 들여서 오는 관광객은 그 목적지에서 충분히 쉬고 즐기다 갈 권리가 있다. 일상을 일탈한 그들은 약간의 흥분과 기대를 가지고 관광지를 찾게 된다. 그들은 거기에서 색다른 경험과 체험을 원한다. 관광지를 찾아다니고, 음식을 먹거나 쇼핑을 즐긴다. 어떤 이들은 낚시나 골프 등 레포츠를 찾아 나서고, 다른 이들은 유흥가와 카지노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관광객들을 정당하게 대우하고 있는가? 언제까지 제주도는 우선 관광지가 아닌 차선 관광지에 머물러야 할 것인가?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놀지 않듯 관광지가 너무 투명해도 관광객들이 모여들지 않는 법이다. 예를 들면 가족, 노인층, 국제회의 단체들에 게임과 다채로운 오락을 제공하기 위해 복합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도입할 여지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마련한 투자 여건에 투자자들이 왜 망설이는지를 심사숙고해 본다면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선을 고집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관광지라면 우리의 환경, 우리 것, 우리 식만 고집하는 논리는 위험하다.

관광지 주민은 관광객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잘 쉬고 놀다 갈 수 있게끔 ‘판’을 마련해 줘야 한다. 때에 따라 ‘오락판’도 되고 ‘생태판’도 되고 ‘문화판’도 돼야 하며, 하기에 따라서는 ‘난장판’도 될 수 있어야 한다.

대신에 우린 ‘장사판’을 얻는 것이다. ‘장사판’이 잘되려면 도민 역시 정당해져야 한다. 제주도를 소개하고 안내하고 상품을 내놓을 때 누구든 일말의 주저함이나 미안함이 없어야 한다. 그것이 관광객들을 정정당당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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