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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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적인 ‘우산’ 수출국이다. 우리의 우산 제조기술은 근세에 이르러 발전한 것이 아니라 중세 이전에 이미 중국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송(宋)나라 때 고려에 사신으로 왔던 중국인의 기록인 ‘요화주한담(蓼花州閒談)’에 보면 고려에는 비를 가리는 우산과 볕을 가리는 양산이 있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 우리 우산이 20세기를 넘기면서 중국 우산에 밀려 세계시장에서 퇴조를 거듭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다시 세계시장에서 한국 우산이 성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향기나는 우산’이나 ‘발광우산’, ‘커플우산’ 등으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부착하고 시장을 휩쓸고 있다는 것이다.

▲동서 할 것 없이 옛날의 우산은 하늘을 받친다 하여 하늘로부터 물려받은 권력을 상징하였다. 그래서인지 고대 이집트에서 우산을 나타내는 상형문자는 주권(主權)을 뜻하였다.

고대 중국에서도 산(傘)은 천자(天子)의 상징이었다.
천자가 행차할 때는 하늘의 28숙(宿)을 본떠 28개의 산을 전도시켰던 것이다.

주(周)나라 때부터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우산으로 가리는 것은 하늘에 대한 불손이라는 사상이 있어온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산은 특권층만이 쓸 수 있는 특권이었다.

▲고려 때부터 우산 제조기술이 뛰어났던 우리나라에서도 평민들은 절대로 사용이 금지되었다.

20세기 초 ‘이재수의 난’ 때 제주 도민들이 천주교 신부들이 쓰고 다니는 ‘우산’을 특권층의 상징으로 여겼던 것도 그런 때문이었다.

전투에 승리한 이재수가 안경을 쓰고 우산을 받쳐 쓴 모습으로 입성했던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명(明)나라 법전을 보면 2품 이상의 벼슬아치만 ‘산’을 쓰도록 제한했는데 우리나라는 어떻게 규제됐는지 알 수 없다.

지난번 제주 목관아지 복원기념 행사로 제주목사(3품) 부임행차를 재현했을 때 보니 목사가 ‘산’을 쓰고 있었기는 한데, 맞는지 안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역사상 우산 중에 가장 무섭고 힘센 우산은 ‘핵우산(核雨傘)’일 것이다.

이 우산은 핵무기가 없는 나라가 핵무기를 가진 핵보유국에 나라의 안보를 의존하는 형국을 말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우산은 고대에서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주권’을 뜻하고 온 세상의 왕(王) ‘천자’를 상징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이 세계 천자 미국의 압력에도 핵우산을 쓰고 핵 보유를 스스로 시인하고 나섰다.

그러나 우산만 가지고 있다고 강성대국 ‘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김정일이 우산을 ‘주권’의 상징물쯤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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