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 오도된 과학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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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 진실보다 널리 인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사례는 특정 개인에 대한 루머나 집단 또는 조직에 관한 사항도 있겠으나 과학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더구나 과학적 사실이 잘못 알려질 경우는 단순한 오해의 차원을 넘어 그 분야 과학정책이나 기술에 대한 지원 여부마저도 좌우하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

특히 보통 사람의 삶과 직결되거나 관심이 모아지는 사안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그 한 예를 생명복제 영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흔히 복제된 동물은 조기노화(老化)로 인해 일찍 죽거나 각종 성인병에 걸려 고통을 받게 되는 줄 알고 있다.

이것은 최초의 복제 양인 ‘돌리’가 관절염, 비만증 등 인간의 전형적인 성인병으로 분류되는 질병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세포나 개체의 수명을 나타내는 척도인 유전자 말단부(텔로미어)의 길이가 복제 양에서 일반 양보다 짧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변의 진리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지난 연초에 여섯 살을 갓 넘긴 돌리가 진행성 폐렴이라는 일종의 전염병에 걸려서 보통 양의 절반 정도의 수명으로 죽게 되자 조기노화설은 더욱 굳어졌다.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생명복제연구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퍼지고 반대여론마저 일게 되었다.

그러나 정확한 과학적 사실은 이렇다.
영국의 과학자군이 자기들이 복제한 세 마리의 복제 양을 대상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해보니 약간 짧아졌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 미국, 일본 등의 생명과학자들이 수십 두의 복제 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텔로미어의 길이는 오히려 길어졌다는 상반된 결과를 발표했다.
필자의 실험실에서 복제한 열두 마리의 복제 돼지에서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보통 돼지와 비슷했다.

과학적 사실은 복제생명체의 텔로미어는 조기노화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최근의 생명공학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의 장기를 교환할 수 있는 시대에 살 수 있다고 하니까 이를 곧 자신과 동일한 개체를 복제하고 그 복제인간에서 떼어낸 장기를 자신에게 부착시키는 것으로 오해한다는 점이다.

실제는 인간의 장기와 해부학적 구조나 생리 특성이 비슷한 돼지에게 면역조절기술을 적용하여 인간에게 거부반응이 없는 돼지장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인간화된 돼지’를 만들어 이용하자는 것이다. 심장이나 간, 허파 등 주요 장기에 이상이 생겨 고통받는 환자에게 돼지의 장기를 부착시켜 건강한 삶을 찾아주자는 지극한 ‘인간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생명공학자들이 추구하는 연구목표는 괴물을 창조하자는 것이 아니다.
인간을 복제하여 스페어 장기공급원으로 이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동.식물, 미생물에 인위적 기술을 적용하여 좀더 유용한 물질로 만들어 이용하자는 것이다.
미생물을 배양하거나 변화시켜 특수약물을 만들어낸다.
더욱 맛있고 안전한 먹거리는 식물유전공학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조직공학기술로 피부나 연골을 만들어 화상이나 각종 관절 질병이 극복된다. 자신의 치아를 복제하여 넣게 되면 완벽한 이가 된다는 서울대 치과대학 민병무 교수의 구상은 허황된 꿈일까.

기존의 모든 의학적 조처에도 불구하고 콩팥과 심장이 망가져 비참한 생을 이어가고 있는 자신의 환자들에게 싱싱한 돼지의 장기를 보급해 해맑은 웃음이 피어나게 해보자는 서울대병원 안규리.이정렬 교수의 힘찬 행보는 아름다움이요 우리의 희망이 아닐까.

과학, 바로 알고 바로 보자. 그리고 그들의 발길에 힘찬 에너지를 불어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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