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 "제주는 온화함과 가혹함, 슬픔과 기쁨의 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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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례 제주방문 르 클레지오 '제주찬가' 여행기 프랑스판 지오에 실어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대표적 지한파(知韓派) 문인인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프랑스판 지오(GEO)에 ‘제주의 매력에 빠진 르 클레지오’란 제목의 제주여행기를 실었다. 그는 2007년 1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제주를 방문, 취재했다.

동아일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르 클레지오는 하멜 표류에 대한 상상부터 제주의 자연 문화의 상징인 성산일출봉, 돌하르방, 무속, 해녀 등에 관한 느낌과 애정을 담은 7쪽 분량의 글을 이번 ‘지오’ 3월호 30주년 기념호에 수록했다. 그가 한국에 관해 쓴 첫 본격 산문이다.

특히 클레지오는 세계각지를 돌아다닌 ‘유목민작가’답게 성산일출봉에서 인도양의 모른봉, 당신(堂神)조각상에서 마르키즈제도의 폴 고갱 무덤 앞의 오비리조각상, 돌탑(방사탑)꼭대기의 수리형상에서 멕시코 중부의 푸레페차 원주민마을을 떠올렸다.

우선 그에게 제주는 ‘온화함과 가혹함, 슬픔과 기쁨의 혼합’이었다. ‘(…)검정과 초록의 혼합. 이 섬의 우수는 성산일출봉에서 잘 느낄 수 있다. 이 봉은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보고 선 가파른 검정이다(…).’

또 클레지오는 제주의 영혼은 슬프면서도 삶의 욕구로 가득 찬 철학이라고 했다. ‘오늘날 냉전의 기억은 사라졌다. 아이들은 그 바다에서 멱을 감고 자기 조상의 피를 마신 해변에서 논다’라는 문장으로 시작, 잔인한 역사를 관통하는 ‘구술내용’을 소개하고서다.

성산의 한 여인이 경찰에 남편이 끌려가는 것을 봤다. 시신도 못 찾았다. 아이를 데린 여인의 삶은 고달팠다. 운명은 알 수 없는 거다. 경찰 중 한명이 그녀를 사랑해 청혼했고 고통스러웠지만 여인은 받아들였다. 경찰은 자신이 처형한 남자의 아이를 키우고 자기아이처럼 사랑했다고….

돌하르방에 대한 그의 단상은 자못 흥미롭다. ‘제주의 신비한 형상 중 가장 친근한 것은 돌하르방이다. 돌의 할아버지. (…) 그는 높은 모자를 쓰고 있다. 수염을 기른 얼굴은 웃음으로 갈라져 있으나 전구 같은 눈은 감히 자기에게 다가오려는 사람들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제주 해녀도 그의 따스하나 날카로운 시선에 붙들렸다. ‘제주에는 보람이란 감정이 있다. 그것은 고통과 긍지가 섞인 것이다. 이런 감정이 해녀에게 있다. 어릴 적 태평양 섬에서 조개나 진주를 캐기 위해 반쯤 벗은 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여성에 관한 에로틱한 글을 본적이 있다.(…)’

그러나 제주해녀를 직접 취재한 그이기에 낭만은 곧 반전된다.

‘해녀는 실제로는 고기잡이의 프롤레타리아다. 하늘과 바다의 상황이 어떻건 매일 바다에 뛰어든다. 오늘날 제주해녀의 대부분은 나이든 여성이다. 그들은 관절염 류머티즘 호흡기장애를 안고 산다. 채취할 수 있는 양은 줄어들어 그들은 점점 더 멀리, 점점 더 깊은 곳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그들을 지탱하는 것은 보람, 즉 희생정신이다. 그들의 딸이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은 다 그들 덕분이다.’

말미에 클레지오는 ‘제주인은 늘 바다로 향한다. 바다는 고기와 뗏목을 제공한다. 외부침략이 시작되고 태풍이 오는 것도 역시 바다로부터다. 바다와 죽음의 이상한 근접. 여행자를 감싸는 우수의 감정이 태어나는 곳이 여기다. 진실하고 충실하고 환상적인 제주, 모든 계절에 그렇다’고 썼다.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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