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서 공줍던 소년, 마침내 세계를 정복하다
골프장서 공줍던 소년, 마침내 세계를 정복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제주의 아들' 양용은, 고난과 역경 이겨낸 성공신화 '감동'
▲ 8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우승한 한국의 양용은이 기뻐하고 있다. 양용은은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68타로 최종합계 9언더파를 기록하며 우승했다.<연합뉴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연히 골프연습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볼을 줍기 시작했던 소년이 20년 만에 세계 최고 무대이자 꿈의 무대인 PGA(미국프로골프)를 정복했다.

9일 마무리된 PGA 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제주의 아들’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의 골프 인생은 그야말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성공신화다.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1리에서 태어난 양용은의 집안은 그리 넉넉하지 못했다. 제주고(당시 제주관광산업고)를 졸업했지만 대학진학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공사판과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일거리를 찾아다녀야 했던 19살 양용은은 1991년 친구의 소개로 골프연습장에서 일을 하게 됐고, 그때 ‘골프’라는 것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꿈을 처음 품었다.

남원읍 남원리에 살고 있는 아버지 양한준(64)씨는 “골프라는 걸 몰랐다. 단지 돈 많은 사람들이 노는 것이라고만 알았다. 그때 (양)용은이에게 ‘같이 부지런히 농사를 짓는 것이 어떠냐’고 했지만 용은이는 골프만 했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양용은은 일이 끝나면 아무도 없는 밤, 홀로 별과 달을 보며 밤하늘에 공을 날렸고, 그렇게 5년 동안 스스로 독학한 끝에 1996년 8월 프로선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나 1997년 상금 랭킹 60위에 올라 간신히 투어선수를 유지했고, 변변한 스폰서도 없어 월세로 얻은 셋집에서 생활하는 등 프로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꿈을 향해 좌절하지 않고 도전해나간 양용은은 프로데뷔 6년만인 2002년 SBS 최강전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2004년 일본투어에 입성 그해 2승에 이어 통산 4승을 거두며 세계무대 진출의 문을 열었다.

특히 지난 2006년 11월 중궁 상하이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투어 HSBC 챔피언스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정상에 등극, ‘호랑이 잡는 사냥군’이란 별명을 얻으며 성공신화의 서막을 알리는 듯 했다.

하지만 양용은은 이후 28개월 동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7년 PGA 투어 9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30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2007년 12월 Q스쿨을 거쳐, 정회원으로 다시 PGA에 도전했지만 2008년 상금랭킹 157위에 머물며 또다시 Q스쿨을 통과해야하는 처지로 밀려났다.

‘어쩌다 한번 한 우승’,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양용은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양용은은 또다시 Q스쿨에 도전했고, 18위로 통과하며 올 시즌 가까스로 PGA에 발을 드려놓았다.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이번 대회에서도 대기자 신분이었던 양용은은 상위권 선수가 기권하지 않으면 출전조차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양용은은 절호의 기회를 잡았고, 진념과 용기, 불굴의 도전 끝에 결국 세계를 제패했다.

양용은의 누나인 양영심씨는 “우승 이후 양 프로와 통화를 했는데 ‘가족들이 마음고생을 심하게 해서 미안했다’고 말하더라. 자신도 힘들었을 텐데, 눈물이 나왔다”며 “지금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고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우승 소식을 접한 아버지 양씨도 “이렇게 큰 대회에서 우승할 줄은 몰랐다. 전 국민이 도와주고, 제주도민이 응원해준 덕택”이라고 감격해했다. 이어 “용은이는 처음부터 혼자서 했다. 골프가방 하나 사주지도 못했다”는 아쉬운 마음을 전하면서 “나중에 고향인 제주에 와서 훌륭한 후배들을 키워내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