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흐리터분한 제주유채꽃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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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은 그동안 제주의 봄 관광을 상징해온 심벌이다.

제주의 들녘을 노랗게 물들이며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은 탄성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명성과 이미지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유채꽃잔치는 우선 행사장을 찾는 일부터 여느 축제와는 다르게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된다.

제주의 대표적 축제임을 자임하면서도 매년 행사장소를 옮김으로써 축제의 주인격인 관람객들에게 혼선을 안겨준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7년 간의 축제장소를 보면 고개를 절로 끄떡이게 한다.

2003년 제주종합경기장, 2004년 정석항공관, 2005년 교래관광지구, 2006년 국제컨벤션센터, 2007년 우도면, 2008년 국제컨벤션센터, 올해는 시민복지타운이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대부분의 축제가 개최시기와 장소를 고정화하는 추세임은 누구나 안다.

제주지역만 하더라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가 그러하고, 칠십리축제.왕벚꽃축제.성산일출제 등도 다름 아니다.

이들 축제는 모두 10년 안팎의 연륜이 쌓이면서 주무대와 주차장, 전기.수도시설, 화장실 등 기반시설 상당부분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다 필요한 부지나 시설 확충을 위해 해마다 추가예산을 투입함으로써 축제의 연속성에 대비해오고 있다.

하지만 유독 유채꽃잔치는 옛 4개 시.군 당시 관행을 답습한 채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번갈아가며 순회 개최해 축제의 정체성 문제를 노정시키고 있다.

해마다 행사 주체와 장소가 달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야릇한 축제’로 이어져 오는 실정이다.

순환 개최가 그만한 타당성이 있나 고려해봐도 그도 아니다.

공무원들조차 불합리성과 모순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댄다.

예컨대 해당 행정시는 매번 적절한 대단위의 장소를 선정하는데 적지 않은 행정력을 소비한다.

장소가 정해지더라도 문제다.

한 번의 행사를 위해 주차장 등 각종 기반시설을 조성하는데만 최소 억 단위의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더욱 간과할 수 없는 점은 매번 장소와 여건이 바뀌기 때문에 특성화와 차별화를 꾀해야할 축제 프로그램들이 매번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맘때면 전국 곳곳에서 유채꽃축제가 동시에 열리는 점도 제주유채꽃잔치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2004년부터 오창과학산업단지에 83㏊(25만평) 규모로 유채꽃밭을 조성해 전국의 상춘객들을 불러 모으는 충북 청원군이 그러하다.

전국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고, 축제기간도 보통 20일 안팎으로 지속돼 경쟁력면에서 제주의 유채꽃잔치와 한참 비교되는 대목이다.

올해는 강원 삼척시와 전남 영광군 등이 대단위 유채꽃단지 조성에 가세, 제주와의 경합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제주시는 올 유채꽃잔치를 왕벚꽃축제와 통합해 다음 달 시민복지타운 일원에서 열기로 해 논란거리다.

두 축제의 통합 개최에 대해 여기저기서 말이 많다.

더욱이 도의회는 매년 두 축제의 결과가 좋지 않기 때문에 편법으로라도 효과를 거둬보려는 ‘땜질’식 축제라며 마뜩찮아 하고 있다.

이제라도 제주유채꽃잔치의 주체와 장소를 일원화하는 등 제주의 대표적 축제로 육성할 수 있도록 개선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쟁력 있는 관광상품으로 이어가기 위해 제주도와 두 행정시가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순회 개최 등으로 한계에 봉착한 유채꽃잔치를 살리기 위한 제주만의 독특한 전략마련이 시급하다는 충언이다.
<함성중 사회부장>
hamsj@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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