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안 사면 왠지 허전”
“로또 안 사면 왠지 허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서민들 0.00001% ‘대박 꿈’ 매달려
사행심리 조장 비난에도 구입 여전
사회 전반 ‘한탕주의’ 만연 후유증


‘인생 역전’의 꿈, 로또복권(이하 로또)이 22회차를 넘기며 시행 5개월째를 넘기고 있다. 지금까지 억세게 운이 좋아 1등에 당첨된 사람은 로또를 구입했던 수백만명 중 단 74명.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수백만명은 거듭되는 허탈감과 좌절 속에서 또다시 로또에 매달리고 있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5060분의 1.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연속으로 맞기’보다 힘들다. 그러나 0.00001%만이 인생 역전에 성공한다는 엄연한 사실은 무시하고 많은 사람들이 수십억, 수백억원의 당첨금액만을 생각해 여전히 로또를 구매하고 있다.

▲로또는 나의 일상=‘사행심리 조장’, ‘부질없는 꿈’이라는 비난에도 로또는 이미 일반 서민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로또 판매상과 직장인, 주부 등의 한결같은 얘기다.

‘인생 역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회에서 팍팍한 삶에 잠시나마 생기를 불어넣은 일종의 진통제로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을 절감하는 서민들에게는 ‘로또’는 그나마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이다.

서민들 사이에서는 “2000~3만원으로 1주일이 즐거워진다”며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45개 숫자 중 6개만 고르면 인생 역전인데 누가 꿈을 포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직장인 김모씨(38.제주시 이도1동)는 1주일의 기대감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덜 쌓인다며 매주 2만원씩 투자하고 있다.

김씨는 “당첨확률이 아주 희박한지 알면서도 로또를 사지 않으면 왠지 허전해 복권 구입이 이제는 일상이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제주시 연동에서 로또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44.여)는 “직장인과 장.노년층이 주요 고객으로, 요즈음 일주일 단위의 판매액이 거의 비슷하다”며 “대부분 고객들은 당첨확률이 낮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기대감이나 생활의 즐거움으로 복권을 구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탕주의 만연=로또의 영향으로 직장인은 물론 주부와 청소년까지 온.오프라인에서 각종 도박을 즐기는 등 사회 전체가 거대한 도박장으로 변하고 있다. ‘유사 로또복권’이 사이버상에 범람해 네티즌들을 유혹하고 있으며 로또 관련 서비스가 인터넷은 물론 백화점 경품, 아파트 광고 등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심지어는 일반 기업체 홈페이지에 사행심을 부추기는 슬롯머신게임 등이 등장했으며, 스포츠기구를 비롯한 화장품 및 생활용품 판매사이트 등도 로또를 모방한 경품 행사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일부 ‘얌체’업자들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해 유령회사를 차린 뒤 수천만원하는 고급 승용차를 미끼로 ‘돈만 챙기고 달아나는 사기행각’도 벌이고 있다.

또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는 로또행운번호 생성기와 복권추첨기를 본 뜬 장난감을 이용한 복권놀이가 초등생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박이나 인생 역전을 노린 한탕주의와 사행심리가 사회 전반에 급속히 번지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겠다는 인식을 뒤흔들며 건전한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한편 생산적 부문에 흘러가야 할 돈의 흐름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