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지정 앞서 반성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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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국립공원과 일부 동굴의 세계자연유산 등록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유네스코 관련 책임자인 나타라잔 이시와란 박사 일행이 최근 3일간 현지를 답사했다. 제주도를 비롯한 행정기관, 업자, 도민 등 우리 모두는 이들의 답사를 계기로 각오를 새롭게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

자연이 크게 파괴된 한라산국립공원, 원형 훼손이 심한 일부 도내 동굴들, 비록 세계자연유산 등록 후보는 아니라 해도 경관과 생태계가 망가지고 오염된 해안과 하천, 그리고 중산간 지대 등, 이 모든 것이 참으로 부끄러울 뿐이다.

세계적으로 빼어난 자연유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보존.보호.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그것을 파괴.오염시킨 업자나 도민들에게도 있지만 감시.감독을 소홀히 한 관계 당국에 더 많다.

제주의 자연유산을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하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물론, 전세계에 홍보.과시하려는 뜻도 없지 않으나 근본 의도는 철저히 보존.관리하려는 데 있다. 그러므로 관계 당국은 말할 것도 없고, 사업자.도민 등 모두가 세계자연유산 등록에 앞서 크게 반성부터 해야 한다.

반성이 전제되지 않고는 앞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다 하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이 훼손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 때는 더 큰 국제적 창피와 망신을 당하게 된다.

이번 세계자연유산 후보인 김녕 만장굴을 현지 답사한 유네스코 관계자들은 한마디로 가슴 아파 했다는 소식이다. 동굴 내부의 조명을 위한 전기 가설, 낙반 위험을 이유로 한 천정의 시멘트 칠, 안내 팻말 등 인공을 가한 데서 온 실망인 것이다. “개선되지 않으면 실사 때 불리할 수 있다”는 그들의 경고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유네스코 이시와란 박사는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실태에 대한 질문에 답사기간이 하루였음을 전제로 “관리 상태가 뛰어났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이 칭찬에 만족한다면 큰 오산이다. 만약 이시와란 박사가 50여 년 전에 한라산을 돌아본 적이 있었다면 답변은 정반대였을 것임이 분명하다.

지금의 한라산은 1950년대 한라산에 비하면 실망할 정도로 크게 달라져 있다. 우리는 당국.업자.도민 모두가 제주 자연유산의 세계자연유산 등록 타진을 계기로 기존의 사고에서 완전히 탈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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