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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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가 경기 시작을 알렸다. 연단 위 6명의 홍콩 남성들은 일제히 프라이팬을 집어 들고 당근 채를 볶아 나갔다. 이어 김을 펴고 꼬들꼬들한 흰 쌀밥을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연단 아래에는 수백 명의 홍콩 주민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응원하고 있었다.’

현지 TV는 이를 생중계까지 했다며 국내 언론은 소개했다.

지난달 22일 오후 홍콩 구룡반도의 한 실내 광장에서 열린 김밥 만들기 풍경이다. 홍콩 최대기업인 선홍카이 그룹이 고객들에게 한식문화를 간접체험토록 마련한 행사였다고 한다.

이날 우승자의 소감 또한 눈과 입을 즐겁게 한 모양이다.

그는 “김밥은 단순한 배합이 아니다. 당근의 주황색, 달걀의 흰색과 노랑색, 김의 검정색, 시금치의 초록색, 단무지의 노랑색 배합에 이르기까지 마치 화가가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다. 맛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은근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식(韓食)은 풀어쓰면 한국 음식이다. 그렇다고 한식을 쉽게 정의내릴 수는 없다.

우선 맛부터가 다채롭고 미묘하며 고차원적인 미각을 체감케 한다.

지역적으로도 그 맛 하나하나엔 고유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풍류마저 넘쳐난다.

한식은 그야말로 한국의 훌륭한 문화상품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다양한 음식재료와 조리법은 자연친화적인 특징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녹색시대 건강을 앞세우는 세계인들의 먹을거리 소비흐름과 맞아 떨어진다.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조선 궁중음식의 진수를 다룬 TV드라마 ‘대장금’이 해외에서 방영된 뒤 한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친숙도가 높아졌다는 점도 이에 긍정적이다.

▲정부는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식품으로 만들겠다며 세부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실적 여건은 쉽지 않고 전망도 엇갈린다. 그 거점인 해외 한식당들의 경우 현지 교민과 관광객, 유학생 등 한국인이 주 고객인데다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음식 경쟁력 높이기에 한창이다. 세계 시장규모가 자동차 시장의 2.5배, IT(정보기술) 서비스시장의 5.6배에 이를 정도니 가히 음식전쟁이다.

대중문화 한류에 이어 한식의 한류 붐 확산에 국가적 지원을 서둘러야하는 이유다.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관광음식 역시 마찬가지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관광 대국들은 하나같이 음식이 세계화된 나라들이다.

눈으로는 천혜의 제주경관을 즐기고, 혀로는 세계인의 입맛을 돋우는 동서양 음식의 ‘찰떡궁합’이 동북아 휴양지 제주에서 개발될 날을 고대해본다. <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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