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사진가'의 치열했던 예술혼 깃든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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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천국 5-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이어도 비밀' 담긴 사진 300여 점 전시

▲ 故 김영갑 작가.
‘바람의 사진가’가 있었다. 사진이 삶의 전부였던 그, 바람 타고 온 섬을 누볐다.

원래 충남 부여 출생으로, 서울에 살다가 1985년 28세 때 바람에 홀려 제주에 정착했다. 바다와 해녀, 오름과 들판, 구름과 억새 등 제주속살을 카메라에 받아 적었다. 이어도를 영혼에 인화했다.

바람은 여태 살랑대건만 이제 그는 없다. 루게릭병으로 2005년 5월 48세로 세상을 떠났기에.

고(故) 김영갑. 그나마 위안은 그의 사진인생이 갤러리 ‘두모악(옛 삼달분교장)’에 오롯이 남겨졌다는 점. 그렇다. 두모악은 고인이 20년에 걸쳐 풀어낸 ‘이어도의 비밀’이 담긴 창고다.

‘(…)도둑 거지 대문 없는 땅의 토박이들로부터 삶을 풍요롭게 할 뭔가를 찾으려 했다. 누구는 늘 부족한 생활로 섬을 원망하며 떠났다. 남은 자는 이어도의 꿈을 키웠다. 고단한 삶에 눌려 주저앉는 대신 이어도를 통해 힘을 얻었다. 평화로움의 비밀은, 바로 이어도였다.(…)’

생전도 그랬지만 떠난 후에도, 영혼이 깃든 그의 작품들은 보는 이에게 웅숭깊은 울림을 낳았다. 곧 두모악은 한 예술가의 치열했던 인생 혼이 깃든 성지로 자리매김해 경건한 순례행렬을 불러들였다.

흑백 칼라사진 300여 점이 계절변화에 따라 순환전시중인 터다. 하나같이 제주의 숨결, 정체성, 평화와 함께 처절했던 삶의 혼과 고독, 그런 이미지들이 오버랩 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많은 작품이 아직 현상되지 않은 채 필름상태로 수장고에 보관돼있다.

▲ 두모악 외부 전경.

박훈일 관장은 “정확한 필름 수는 알 수 없다. 필름을 온전히 세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다. 대략 1만장은 넘을 것”이라고 했다. 필름들은 고인의 생전부터 열악한 환경에 보관되다 이후 수장고가 마련돼 옮겨져 그나마 훼손 우려는 줄어든 상태.

박 관장은 “필름들은 현상이 아니라 데이터베이스화가 시급하다. 조만간 필름을 스캐너로 떠 컴퓨터에 저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갤러리의 열악한 재정상 장비구입 등은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고.

고인이 떠난 후 두모악에 변화도 많았다. 우선 그를 기리는 모임이 결성됐다. 2005년 7월 창립된 후원회는 200여 명 회원을 두고 추모식, 도서 홍보물 출판을 지원해 왔다.

이듬해 2월 두모악은 1종 미술관에 등록됐고 관광객 설문조사에서 ‘인상 깊은 관광지’ 1등에 뽑히는 겹경사도 맞았었다. 그해 12월엔 내셔널 트러스트의 ‘잘 가꿔진 자연문화유산’에 선정됐다.

2007년 11월엔 두모악 운영위원회가 후원회원 13명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연중 3~4차례 소집돼 갤러리 운영 전반에 대한 자문과 사업 결정 등에 관여한다.

갤러리 외형도 변화했다. 2006년 말 갤러리의 뒷마당이 정비되고 찻집건물도 조성됐다. 갤러리 정문 도로 건너편엔 임대로 주차장도 마련됐다. 2008년 10월에는 ‘번듯한’ 화장실도 시설됐다. 또 인터넷 네이버카페 ‘두모악’이 개설되고, 한국미술관협회에서 학예인턴 1명도 지원 받아 고용 중이다.

특히 지난달엔 찻집건물에 무인찻집이 조성돼 오픈했다. 내부에 긴 테이블이 오직 하나만 놓여있는 점이 독특하다.

▲ 두모악 내부 모습.

박 관장은 “방문객의 소통공간으로 마련했다. 테이블은 소통의 상징이다. 특히 사진에 관심 높고 실제 카메라에 빠진 사람도 많아 이들의 대화와 사교장소로 이용되길 바란다. 이들에게서 ‘모두의 공간’인 두모악의 주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은 ‘바람의 사진가’의 4주기다. 5월 중순부터 7월까지 서울 중구청의 초대로 충무아트홀 전시실에서 고인의 추모전이 열린다. 제주와 그의 혼이 담긴 작품 30여점이 선보인다.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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