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1만여 장 영구보존해야...성급한 현상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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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일 두모악 관장 인터뷰]"고인 삶 아닌 작품자체 평가 이뤄져야 할 때"
▲ 박훈일 관장.

“지독한 작업….” 박훈일 관장(40)은 김영갑의 예술세계를 두고 ‘지독한’이란 수식어를 붙였다. 생전에 그를 삼촌이라 불렀던 제자로 스승 사후 ‘불가피하게’ 두모악 운영을 책임져온 그다.

특히 박 관장은 “필름들이 하루빨리 세상에 공개되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보존이 우선이다. 급히 현상하느라 훼손돼선 안 된다.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영구성을 담보하는 일이 우선순위다. 삼촌 작품을 다 보려는 건 어쩌면 욕심이다. 조급해선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고인은 훌륭한 사진작가였고 개인적으론 말 그대로 삼촌이었다며 자연스레 사진을 배운 사연하며 맥주마시며 고민 털어놓던 일, 호텔전시 부진 등 추억담을 두런두런 풀어냈다.

박 관장은 “삼촌의 치열했던 삶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들이 영원히 세상에 남길 바란다”며 “작품이 남겨지는 건 결국 삼촌도 잊히지 않고 세상에서 살아 숨 쉬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갤러리 운영방침은 무엇인가.
“두모악은 우리 모두의 공간이다. 한 인간의 지독했던 예술혼을 되짚고 추체험하며 스스로 삶의 활력을 얻는 일종의 명상센터다. 김영갑이란 존재를 추억하는, 누구의 것도 아닌 모두의 공간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왜곡 훼손 폐쇄는 안 된다. 영원히 그래야한다고 믿는다.”

-삼촌 관련 과제가 남았다면.
“작품자체에 대한 평가의 부족이다. 처절했던 그의 작업이나 루게릭병과의 투병과정 등 외적이고 인간적인 부분에 그간 평가내용이 치중됐다. 이제 삼촌 작품에 대한 오롯한 연구와 논문이 나와야 한다. 학계 또는 예술계에서 작품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내려져야 할 때다.”

-‘내가 본 이어도’를 연다는데?
“최근 시작됐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고인의 촬영지를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그의 ‘창작순간’을 공유하며 제주속살을 앵글에 담는다. 또 고인의 (비공개)유품전시실 관람기회도 주어진다. 촬영 작품을 모아 무인찻집에서 한 달간씩 전시도 마련할 예정이다.”

-고인에게서 배움은 어떠했나.
“삼촌의 가르침은 단순했지만 의미심장했다. 절대 답을 주지 않았다. 스스로 깨우치게 했다. 가령 오름을 찍어오면 색조가 어떻다 지적하지 않고 이런 빛 저런 색깔은 없을까하고 질문을 쏟아냈다. 전시 후 ‘정리’ 가르침이 핵심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철학의 실천이다.”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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