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속 生死의 4시간…한라산 조난 70대 3명 극적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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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고 민오름 근처서 탈진
서로 의지하며 구조 기다려


“현재 민오름 근처에서 소리가 들린다. 조난 당한 할아버지들인 것 같다.”

지난 28일 오후 10시 한라산 어리목 공원관리사무소에서는 무전기로 다급히 내뱉는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70대 노인 3명의 조난 신고가 들어온 지 4시간이 흐른 뒤였다.

악천후 속에서 전전긍긍하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던 구조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한라산에서 조난 당한 현상지(74.제주시 연동), 김남수(74.연동), 백미옥(74.도남동)씨는 이날 철쭉꽃을 보기 위해 오전 10시 어리목으로 등반해 윗세오름을 거쳐 하산 도중 오후 3시 등반로를 이탈해 해발 1600고지 만세동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만세동산에서 내려오던 노인들은 심한 안개와 비바람을 동반한 초속 40m의 강풍을 만나 길(등반로)을 잃고 말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오후 6시15분께 현씨는 소지한 휴대전화로 아들 현상익씨(41)에게 “만세동산 동쪽인데 길을 잘못 들었다”라는 10여 초의 짧은 통화를 남겼고,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조난 신고가 접수된 후 어리목에는 공원구조팀, 경찰 기동대, 적십자 산악안전대, 119구조.구급대, 제주방어사령부 군인들이 속속 도착했고 67명이 현장으로 출동해 오후 7시20분께 만세동산 인근까지 접근을 했다. 고산지대라 날이 완전히 저문 시간.

더구나 짙은 안개와 비에 이어 강풍까지 몰아쳐 한치 앞도 보기 힘든 상황에 이른 것.

더구나 70대 노인들은 젊은이들보다 탈진하기 쉽고, 젖은 옷을 입고 수시간이 지나면 저체온증이 오기 때문에 이날 구조를 못해 하루가 지나면 목숨까지 위협받을 상황이라 악천후 속에서 구조는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한 구조 관계자는 말을 아꼈다.

그런데 30년 동안 한라산을 누벼 와 현재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는 공원관리사무소 구조팀 양송남 반장과 송익준.신창일씨는 만세동산 반대편에 위치한 해발 1650고지의 민오름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산 사나이들은 오후 10시20분께 민오름 서남쪽 300m 지점에서 지쳐서 누워버린 현씨 등 노인 3명을 발견했고, 몸을 녹이도록 노인들에게 따뜻한 차를 건넸다.

양 반장은 “발견 당시 할아버지들은 추위에 다리가 마비된 듯 잘 걷지 못했다”며 “계속 움직였다면 탈진할 수 있었지만 서로 의지하며 한 곳에 모여 구조를 기다린 것이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2000년 5월 25일 경남양산대학 2학년 이은영씨(21)가 한라산에서 실종 3일째인 27일까지 생존해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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