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돌, 옛 문화 텍스트로 스토리텔링 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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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천국6-금능석물원]돌하르방과 창작석조물 절반씩 3천점 전시

울퉁불퉁 돌은 돌이로되, 그냥 돌이 아니다. 석공예명장(名匠) 장공익씨(78)의 손길을 거친 돌은 제주인의 삶에 대한 질펀한 해학이 깃들어 새 생명을 얻었다.

돌의 태와 결을 따라 제주 옛 문화와 풍자가 날줄씨줄로 스며들어 작품화했다. 예컨대 ‘통시(변소)’에서 큰일 보는 아이의 ‘중요부위’를 짓궂은 돼지가 호시탐탐 노리는 식. 포토존의 좌석은 엉덩이 모양이다.

한림읍 금능리, 금능석물원의 석조물들은 정겹고도 재기발랄하다. 성적이지만 외설스럽지 않고 익살스러우나 천박하지 않다. 보는 이에게 나이를 초월한 맑은 웃음을 선사할 뿐.

이곳은 평생 돌과 씨름해온 장씨의 작업장 겸 작품전시장이다.

그가 3000㎡가량 작업장에 주변 옛 군유지를 임대해 약 1만㎡부지를 확보, 2000년 개원했다. 전시작은 돌하르방과 순수창작물이 절반씩 대략 3000여 점으로, 치열했던 그의 삶과 제주시대상이 오롯 함축돼 있다.

신나는 구경 출발! 석물원 초입 정녀굴과 자모상에선 일견 종교색채도 묻어나나 본격 관람은 한 발짝 더 진입하고부터. 그야말로 ‘제주다운 석물’ 일색이다.

제주 옛이야기를 텍스트 삼은 일련의 조형적 스토리텔링이 구사돼 있다. 김녕사굴 전설의 휼민상, 잠녀들이 자식 돌보는 해녀군상, 물허벅 진 여인상, 꼬마들이 노는 모습을 다룬 구동자상, 대변 누는 동상….

관람동선 중반, 조롱굴에서 익살은 속도를 낸다. 굴은 진국태란 명의와 여우의 전설이 깃든 곳. 둔부를 드러낸 채 손에 여의주를 들고 남정네를 유혹하는 ‘팜 파탈’ 조각이 자리해 있다.

바로 옆엔 제주전설 속의 온갖 도깨비들이 돌담과 섞여 미로를 이루고 있다. 돌종의 경우 말 그대로 두드리면 “둥둥” 하고 종처럼 울리는 신통방통한 바위다. 희소성이 높은 돌이다.

다음, 관람객을 맞는 등신상은 이름 하여 ‘코부자’. 남자의 코에 생식기가 달린 이 작품, 얽힌 얘기가 흥미진진하다. 술 취해 자다 깬 남성이 깜깜한 부엌찬장에서 물병을 찾다 도끼를 건드려 떨어뜨렸다.

문제는 이때부터. 낙하중인 도끼가 그의 돌출부위를 차례로 잘라버렸다.

남자는 신체가 떨어져나가도 따뜻할 때 붙이면 말짱해진다는 말이 번쩍 스쳤다. 황급히 바닥을 더듬어 코를 주은 그, 옳다싶어 얼굴에 갖다 붙였는데 그만 ‘위아래’가 바뀌고 말았다.

공원 끝자락, ‘동심의 고향’은 장씨의 고향인 한림읍 상대리 ‘한산왓마을’을 재현했는데 전통이 관통하고 4.3의 아픔이 서려있다. 실제 마을은 4.3때 사라졌다.

임신한 ‘죄’로 동네북을 멘 처녀, 동네주민들에게서 돌을 맞는 간부(姦夫), 땔감으로 말똥 받는 아낙 등이 서 있다.

마지막 작품은 ‘설문대할망’, 여기서 관람 감흥은 절정에 이른다. 석물원의 최고 보물이다.

제주 섬을 창조한 여신 설문대할망이 높이 6m(기단 포함 8m), 무게 100t의 위풍당당 자태로 떡하니 선 채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신화의 연장에서 500장군은 아기 모습으로 엄마에게 매달려 있다.

500명을 키우려면 아무래도 일반여성의 몸으론 불가능할 터. 장씨는 거녀(巨女)의 그럴듯한 가슴에 대한 장고 끝에 유방 3개에다 유두를 5개씩 다는 기치로 신화 형상화의 난제를 풀었다.

완성 후 설문대할망을 일으켜 세우는 것도 골칫거리였다. 엄청난 무게를 감당할 만한 장비가 제주엔 없기 때문. 다행히 평화로의 고가도로 건설 당시 200t크레인이 물을 건너와 이를 빌려다 석상을 세웠다.

설문대할망의 가격은 3억원을 호가한다고.

이밖에 100개 얼굴형상의 천태만상, 높이 6m의 도내 최장신 돌하르방 등도 눈길 발길을 꼭 붙든다. 잠깐, 부부결합을 표현한 부부일체상의 구멍에 손을 넣을 땐 쉿! 웃음이 절로 난다.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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