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대 모르는 옛 제주문화 돌에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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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공예명장 장공익 원장...반세기 돌과 씨름, 현재 돌하르방 모델 조탁

작다고 매운 것이 고추만은 아니다. 1.55m, 45㎏의 자그마한 체구지만 거친 바위를 공깃돌 다루듯 깎고 다듬는 장공익 원장은 영락없는 ‘작은 거인’이다.

현재 흔히 볼 수 있는 돌하르방을 처음 조탁한 그로, 말하자면 제주 돌문화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별명마저 돌하르방이니.

돌챙이(석수장이) 인생 50여년, 처음부터 돌이 그의 숙명은 아니었다.

“해병대에서 7년간 군복무한 후 돌아와 먹고살려고 돌을 깎았습니다. 27살이었죠. 당시 관광공예품으로 돌하르방, 해녀, 조개, 옹기, 정동모자 등 제작이 유행했죠. 처음엔 상만 타고 그만두려고 했어요.”

그는 원조 돌하르방 47기(민속자료)를 참고로 외형을 깎되 관광 상품성을 고려한 고객 지향적 연구를 거듭하며 뚜렷한 이목구비를 변주한 끝에 스탠더드 돌하르방의 형상을 구축했다.

본래 손재주가 뛰어났던 장씨는 일취월장, 돌하르방작품으로 꾸준히 민예품경진대회 우수성적을 거뒀고 1993년엔 노동부에서 석공예명창 칭호를 받았다. 60명 이상 석공도 길러냈다.

지금까지 그가 제작한 돌하르방 수는 어림잡아 10만점. 한창 때 제작개수는 하루 수십 점에 달했다.

“예전에 송이로 소품 만들 땐 1년에 1만점까지 거뜬했죠. 그러다 현무암으로 대형 돌하르방을 본격적으로 제작하고부터 당연히 제작 속도는 느려졌습니다. 근년엔 나이도 있고 해서 1년 작품이 10개 정도입니다.”

송이는 무르고 현무암은 질기다고 설명하는 그에게, 돌이라고 같은 돌이 아니다.

“김녕, 북촌, 함덕 일대 현무암만 씁니다. 돌의 결이 고르기 때문이죠. 다른 곳의 돌은 결이 동서남북 사방으로 나있어 깎다 보면 균열가기 일쑤입니다.”

명장답게 장씨의 돌하르방은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빌 클린턴, 고르바초프, 주룽지 등을 포함 세계 40여 개국 대통령과 원수들이 그의 돌하르방을 선물 받았다.

이뿐 아니다. 미국 샌타로사시, 중국 라이저우시, 캐나다 밴쿠버시 등엔 그의 돌하르방이 우뚝 서 있다.

석물원엔 각국 정상에게 선물된 돌하르방 모형과 원조 돌하르방들의 축소모형이 전시돼 있다.

마냥 순박한 웃음을 잃지 않는 장씨지만 유독 혈연에 관한 아픔이 적지 않았다.

12명 형제 중 10명이 10세를 전후해 죽고 마지막 남은 누이마저 38세에 세상을 등져 장씨 홀로 세상에 남겨졌다. 설상가상으로, 10명을 낳아 놓은 자식까지도 5명이 이미 숨져 가슴에 묻었다.

현재 장씨의 석공예를 둘째 아들 운봉씨(42)가 전수하고 있다. 운봉씨도 20년 이상 돌을 깎아온 나름 베테랑이건만, 장씨는 아들 기량에 대해 “그냥 빠듯하다”고 깐깐히 평할 뿐이다.

그의 몸은 돌 인생의 훈장 격인 상처투성이다. 돌을 떡 주무르듯 다루는 경지에 도달하기까지 고된 연마의 증거인 셈. 무릎에만 회전 날에 베인 흉터가 15개를 넘는다.

그는 “일하며 돌가루를 많이 들이마셔 그것들이 몸속에서 굳는다”고 했다. 실제 그의 왼쪽 검지엔 구슬만한 딱딱한 덩어리가 볼록 튀어나와 있다. 10년 전 위 수술도 돌가루 탓이라고 그는 여긴다.

얼마 전 만난 장씨는 발가락이 아파 넘어지며 오른쪽 팔을 짚었다가 부러졌다며 깁스하고 있었다. “평생 처음 1달 넘게 쉬어봅니다. 작업 못하니까 갑갑해요. 지옥생활 따로 없네요.”

그는 부쩍 제주신화와 전통문화의 형상화에 주력하고 있다. 제주에 대한 애정이 동력이다.

“제주고유의 것이 사라지잖아요. 아쉽죠. 옛것은 박물관에 있다지만 그 이후의 것은 노년세대의 기억에만 남아있을 뿐이죠. 내가 아는데 요즘 세대는 모르는 것을 작업하고 싶어요.”

고담주머니, 노루 등 그의 이야기보따리가 술술 풀려 나왔다. 곧 탄생할 작품의 윤곽이었다.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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