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말리의 도곤부족 위한 학교 설립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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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훈 관장 인터뷰] 30년 전 가면 구입, 사업가서 박물관 인생으로 바꿔

한종훈 관장(69)의 전직은 실내인테리어사업가다. ‘한목디자인’을 경영했었다. 1970년대 불모지였던 인테리어 분야를 개척한 그는, 속칭 잘나갔다.

“한목가구를 토대로 KFC, OB호프, 웬디스 등 유명 체인점의 실내디자인을 도맡았습니다. 벤치마킹 차 해외에도 자주 나갔죠.”

1980년께 그는 대영박물관을 관람한 후 브루가면 5점을 사고나왔다. “별 의미 없었죠. 단지 선물용 정도였어요.” 그러나, 그게 아니다. 이날 가면 구입은 인생 전환의 출발점이었다.

“돌아보면, 그때 가면이 아프리카 유물 수집의 시초였어요.” 컬렉션은 점차 영역을 확장했고, 끝내 그를 아프리카 마니아로 변모시켰다.

“아프리카 조각은 결혼, 전쟁, 건강, 다산, (기우)제의용 등 의미와 용도별 스펙트럼이 폭넓습니다. 현대미술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요.”

수집과정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초반엔 ‘짝퉁’에도 속았다. 특히 엿장수 맘 대로였던 통관절차에 번번이 속을 끓였다. 인테리어회사 경영자다보니 국내에서 작품을 되팔 거란 의혹도 받았다.

“6개월 넘게도 계류됐었죠. 교육용으로 용도 변경하고 때론 ‘뒷돈’도 치렀죠.(하하)”

아프리카에 관한 전문가 경지에 오를 즈음 그는 부쩍 이곳에 얽힌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고 본모습을 알리고 싶었다. “아프리카는 숨은 보석이에요.” 박물관 탄생의 결정적 동력이었다.

한 관장은 아프리카 30개국, 70여 부족을 방문했다. “소장품 40%를 아프리카에서 직접 수집했죠. 나머지 중 40%는 유럽, 20%는 미국에서 구입했어요. 식민지배 때 반출됐던 거죠.”

박물관 제주이전은 1990년대 초부터 휴양 차 내도하던 그가 관광과의 접목을 시도한 전략적 선택이다. “제주와의 윈-윈을 기대했죠. 건강도 메리트였고요.”

그는 평생 모은 재산 70억과 은행대출 30억을 몽땅 쏟아 부어 새 박물관을 지었다. 이제 햇수로 4년, 아직까진 목표 미달이다. 빚만 10억원 더 늘었다. 재정난에 3년 전부턴 유물구입마저 중단됐다.

그나마 지난해엔 박종순 전 제주도 지원대사 등 3명에게서 아프리카 유물 50여 점을 기증 받았다.

간혹 박물관에 왜 손댔냐는 타박도 듣지만, 그는 결코 흔들림 없다.

“박물관은 지위나 명예가 아니라 사명이고 운명입니다. ‘사업만 했으면 지금쯤 여행 다니며 편히 살 텐데’란 지인들의 안타까움을 이해하면서도 인정은 못합니다. 문화사업을 경제잣대로 제단해선 안되죠.”

앞으로 한 관장은 박물관을 아프리카 문화 교육과 체험, 연구 메카로 정립하는데 시선을 집중할 계획이다.

또 하나, 아프리카에 대한 교육지원도 그의 필연적 관심사항이다.

이미 야외광장 ‘행운의 황금바위’에 쌓인 동전과 기독교인 방문객 배려차원에서 지하실에 조성한 예배실에서 걷힌 헌금을 수년 전부터 모아온 터다.

“목표액 2000만원이 거의 다 채워졌어요. 서아프리카 말리의 도곤부족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울 겁니다. 조만간, 송금 예정입니다.” 

제주도박물관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그다.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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